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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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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봄을 기대하며

박미래 (해제다목적센터 사무장)

또 다른 봄을 기대하며

벚나무가 뽀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계절, 봄! 나는 이 계절이 너무나 좋다. 특히 지금, 개나리가 지고 봄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늦봄이 좋다. 봄 역시 4계절 중의 하나일 뿐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왠지 나에게 봄이라는 이름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세상을 연한 노란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참고로, 나는 노란색을 가장 좋아한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가 말하는 봄은 “한밤에 바람에 따라 살며시 젖어 들어 소리 없이 만물을 촉촉이 윤나게“ 해주는 계절이라고 했다. 움츠렸던 생명을 돋우어 번성케 하여 온 세상을 활짝 피워주는 이것이 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봄의 바람, 봄의 졸음, 봄의 아지랑이, 그리고 봄이라는 계절의 설레임까지 모든 것이 좋다. 내가 어느 순간 이 계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나에겐 머릿속 가슴 깊이 남아있는 봄날의 기억이 있어 더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녀들을 만난 그때도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다목적센터가 준공되고 난 후 처음으로 운영하게 된 프로그램으로 나는 그녀들, 나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19년 3월 26일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은 있었지만 30여명의 60대 이상의 학생들을 처음 만나서 수업할 시간이 되었을 때, 정말 너무나도 떨렸다. 그러나 나이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그녀들 앞에서 서서히 풀려나갔다. 나의 말 한마디, 내가 칠판에 적은 글씨, 그리고 나의 손짓 하나까지도 담아내려던 그 반짝이던 눈빛들! 기역, 니은부터 다시 배우는 기쁨을 그녀들은 너무나도 잘 표현해내고 있었다. 나는 이 교실 안에서는 누구의 엄마도, 누구네 부인도, 발산댁도 광천댁도 아닌, 자기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다. 교실 안에서 서로에게 “경자야”, “납실아” 부르며 다정한 친구가 되고 반장도 선출하며 정말 학교 같은 모습이길 원했다. 한글 늦게 배운 게 죄는 아닐텐데, 누가 볼까 챙피하다고 문도 다 닫고 수업하길 원했던 나의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서 “여기 오는게 뭐라고 선상님, 전날부터 가방을 싸고 기다린당께”하며 이제 큰 목소리로 단어들을 따라 읽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의 학생이 꽃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기다리는 님이 온다면, 단장하고 기다리겠지만”이라고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그녀들이 정말 그립다. 그러나 아쉬워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계절마저 실종된 세상인 듯하지만, 봄은 찾아왔고 꽃들은 활짝 피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이 봄처럼 우리도 역경을 잘 이겨냈으면 한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 아닌, 우리의 교실이 학생들로 북적이는 ‘희망의 봄’을 꽃피우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글/ 박미래 (해제다목적센터 사무장) 저작권자 © 무안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골 청년들의 꿈

정소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단 사무장)

시골 청년들의 꿈

나는 이 자그마한 시골 동네에서 뭘 하는 걸까? 나이 서른이 다 되었는데 왜 아직도 나는 여기에 있는지. 편의점 하나 없는 이 마을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 동네엔 몽탄역도 있어서 미리 약속시간 정해두고 기차 시간 맞춰 역에 나가면 된다. 기차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가면 친구가 마중나와있고 그 이후 일정을 에스코트 해주기에 시골쥐인 나는 마냥 편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몽탄으로 귀가한다. 몽탄역은 썰렁하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같은 시간 내 동기는 대여섯명. 역무원도 창구를 지키고 있지 않고 업무에 집중하신다. 그 중에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 1명은 오다가다 마주칠 법도 했을텐데 안면이 하나 없다. 아빠가 어렸을 때에는 역전에 장터가 열렸다고 했다. 통학기차를 타면서 등굣길에 패싸움도 했고 싸움을 피하려다 뛰쳐 내려 크게 다치기도 했다고. 지금의 몽탄역은 하루 이용자 열댓명이 될까 싶다. 교통수단 보다는 몽탄의 크고 작은 행사 몇 차례가 열릴 뿐이다. 그래도 마을의 유일한 소통창구인 몽탄역. 북적거리던 그 시절의 몽탄역을 재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차를 탈 때 보았던 내 또래의 여자아이와도 이 작은 동네에서 마주치면 쌩 지나가지 말고 “어디가냐?”, “누구 만나냐?” 기차 안에서 말동무도 하고 싶었다. 가볍게 동네에서 만나 밥 한 끼 한다던지, 배드민턴을 친다던지, 내 결혼식에서 하객 친구 사진 찍을 때를 위한 건덕지를 만들기 위해 몽탄 2030 청년회를 만들었다! 이 시작은 지역이 청년과 어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되었다. 몽탄에 살고 있는 청년 6명이 모였다. 서로를 소개할 때에도 “나는 정소혜다” 보다 “인이네 딸이다”라고 소개하니까 “아~~ 너희 아버지 잘 알제” 수긍하더라. 모임을 결성하던 그 날을 시작으로 우리는 한 달에 한번 밥먹고 술먹는 사적인 모임과 이렇게 술만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모임이 아깝다는 생각에 전라남도 지원사업인 마을공동체 활동지원사업 공적 모임을 동시에 진행했다. 모임은 모임대로 친목도모하고,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을 통해 손재주를 키워서 문화사각지대에 있는 몽탄 주민들을 위해 작은 문화프로그램을 개최해보자는 취지로 2020년 3월부터 11월동안 운영했다. 계획대로라면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분기별 1회씩 진행되어야하는데 코로나19 변수로 활동 마무리 단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꿈여울 문화 마실 여는 날을 개최했다. 면 소재지에 위치해 있고, 큰 무대와 넓은 주차장이 있는 몽탄역은 행사를 하기 안성맞춤이었다. 남녀노소가 한 장소에서 어울리길 바라며 어린이를 위한 체험프로그램과 솜사탕, 어르신을 위한 공연과 막걸리를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지역 상권의 고사를 불러왔는데 이날 하루만큼은 참여한 주민 모두가 즐겁고 여유와 추억을 찾는 시간이었다. 평소 열댓명이 이용하는 몽탄역에 200명이 모였다. “많이들 안오면 어떡하지”의 고민은 프로그램 준비한 수량이 일찍 동나버려 체험을 못하고 돌아가신 주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되었다. 이번 행사로 어르신들이 너희에게 우리 몽탄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다며 고맙다고 5만원, 10만원 후원금을 주셨다. 모인 후원금 전액은 몽탄지역아동센터 학생 19명에게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할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 내가 몽탄에 있는 이유가 드디어 빛이 났다.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서울로 가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몽탄역은 함께한 몽탄 청년들의 꿈이 펼쳐진 공간이다. 시골의 청년도 다른 사람을 힘나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곳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는 아빠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몽탄 정인입니다” 보다 “정소혜 애비입니다” 라고 하면 사람들이 알더라 우스갯소리를 한다. 내가 꿈을 이루면 난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말처럼 이 글을 읽고 아무 상상이나 해도 좋겠다. 이 사업을 통해 깨달은 것은 어른들은 우리가 무엇을 해도 예쁘게 보시고 도와주려 하시더라. 시골에 있다고 우울해 할 일이 이제는 없다. 몽탄역을 발판으로 우리의 도전이 지역혁신으로 이어져 새로운 활력소를 찾을 것이다. 누구네 딸, 아들이 아닌 청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지역사회에 환원 할 수 있게 역량을 키울 것이다. 글 / 정소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단 사무장) 저작권자 © 무안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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