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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없는 불행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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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논리 없는 불행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영화 <곡성>


10면 영화 jpg.jpg

 

 

 

  “종구(곽도원)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일광(황정민)은 낚시와 미끼에 빗대어 말한다. 그건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행복과 불행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행복과 불행이 우리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무명(천우희)은 참극의 원인이 의심이라고 단정 지어 말한다. 그건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행복과 불행이 우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행복과 불행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그러니까 일광은 모든 게 우연이라며 카오스(혼돈)를 말하는 셈이다. 무명은 모든 게 업보라며 코스모스(질서)를 말하는 셈이다.” 영화 곡성에 관한 이동진 평론가의 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곡성은 영화관을 나와서 찜찜한 분노를 남기는 영화였다. 아니, 그렇다면 종구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종구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딸이 악령에 들리고 집안 전체가 파국에 이르는 저주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내 단순한 분노의 원인을 이 똑똑한 평론가는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그러니까 세상이란 게 참 그렇다. 우주의 먼지 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재앙이 도사리고 있는 ‘세계’라는 혼돈 속에서 맥을 추지 못한다. 행복에게 간택 받으면 기뻐하고, 불행이 엄습하면 좌절하고 무력에 빠지는 것이다.

 

 

  전두환에 관해서 나오는 기사를 보면 늘 기가 찬다. 2016년 신변보장과 예우가 확보되면 광주에 갈 것이라 하던 그는, 2021년 현재까지 본인의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 전두환이 직접 한 말이다.

 

 

  전두환 치매설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치매 때문에 자신이 행한 학살을 망각한 것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80년 5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세상의 모든 일은 논리적인 법칙에 따라 딱 맞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과관계란 것은 매일 보는 가족의 얼굴처럼 선명했다가도, 하루에도 수없이 지나치는 이름 모를 사람들의 얼굴처럼 희미하다. 그렇기에 전두환은 권선징악이라는 도덕적 체계에서 벗어나 그의 후손들까지 호의호식하며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속칭 ‘사회악’들이 반질반질한 얼굴을 내밀 때마다 나는 무력감에 빠진다.

 

 

  세상이란 게 이렇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벼락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여도 ‘전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잃지 않고 귀족 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혼돈 속에서 한낱 개인인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극 중 종구처럼 의심하고 분노하다가 이내 참극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회의적인 태도는 그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격렬하게 동의한다. 그러나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때가 더러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세상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노력 밖의 일이라고 믿는다. 2500년이 된다고 해도 악은 어디서나 몸을 사리고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또 그 안에서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불행해할 것이고, 아주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어떤 ‘미끼’를 물어 참극 속에서 비명횡사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리 없는 불행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이들이 있다. 바위와도 같은 ‘악’ 앞에서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그 무언가는 무력과 좌절감, 회의감을 망각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곡성의 종구에겐 효진이라는 딸이 그렇다.

 

  5월 18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80년, 5월. 금남로에 나선 사람들은 무력감에 빠져 좌절하는 대신 ‘맞서 싸웠’다. 5.18이 참사가 아니라 민주화운동 혹은 민주항쟁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80년, 5월. 거리로 나선 저마다의 사람들에게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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