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여성농민회 고송자 회장이 바라본 농업현실

고송자 전남여성농민회장 (71) 
고송자 전남여성농민회장 (71) 

양배추가격 폭락으로 해제면 농민들의 근심이 깊다. 11월 1일, 해제면 현해로에서 양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고송자(71) 전남여성농민회장을 만나 현재 양배추 농가들의 실정과 농산물 유통과정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양배추가격 폭락으로 피해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양배추 조생종은 7월초에 종자를 넣어서 지금 출하를 하죠. 과잉생산도 생산인데 이상기후까지 겹쳐서 양배추가 다 벌어졌어요. 이런 건 처음 봤죠. 작년은 태풍이 세 번 오는 악조건 속에서도 심었는데, 하나도 안 벌어졌어요. 농민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려운 게, 자연을 거스를 수가 없어요. 터지면 못 팔아요. 거기다 과잉생산도 됐죠. 

조생종 양배추는 더울 때 심기 때문에 농민들이 씨앗 넣어서 키우는 것도 힘이 들지만, 물 작업을 해야 해서 밤에 잠도 못자요.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들고요. 지금 인건비가 15만원 정도 해요. 작년에는 사람들이 와서 200평에 200만원씩 주고 양배추를 사갔거든요. 지금 양배추값이 6~7천원대로 조금 오르니까 사겠다고 연락이 와요. 그런데 이미 상품은 다 퍼지고 팔수가 없는 지경이죠. 

전에 농민운동하셨던 회장님이랑 만나서, 우리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 지자체나 정치권에서 농민들 사정을 모른다. 그러니 빨리 움직여서 상황을 알리고 구제 요청을 합시다. 해가지고 이혜자 도의원이나 박막동 군의원하고 얘기를 하게 됐어요. 군청 직원들이 작황조사 등에 나섰죠. 현장에 나오면 심각한 걸 느낄 수 있거든요. 
처음에는 37만원에 폐기 처분하자고 말이 나왔어요. 트랙터 없는 농가들은 트랙터 빌리지, 인건비에, 종자가격, 비싼 농약값. 모든 농자재에 인건비까지 다 올랐어도 농산물 가격은 정해지지가 않아서 과잉이 되면 피해를 농민들이 고스란히 안게 돼요. 

계약재배를 한 농민들은 상황이 어떤가요? 
보통은 동네에서 계약재배를 하는데, 110만원에서 120만원 정도에 해요. 사실은 그거 받아가지고는 남는 게 별로 없어요. 계약재배 안한 농가들은, 시세가 낫다 하면 170만원에서 200만원까지는 받아요. 그래도 200이 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계약재배를 안하고 이판사판이 되는 건데. 계약재배 한 사람들도 시중시세가 떨어지면 상인이 좀 더 깎아요. 좀 봐주세요 하면서 가격을 후려쳐요. 반대로 돈이 많이 남으면 농가들한테 조금 덜어주는 식이죠. 

계약재배 농가들한테 물어보니까 돈도 안주고, 연락도 안됐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폐기처분이 들어가고 시장이 조금 살아나니까 돈을 좀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생산비가 보장이 되고, 농민들이 먹고 살 수 있게끔 되어야죠. 농사라는 것은 농민들의 생명줄이고 월급이에요. 그런데 보장이 안되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우리 같은 나이 먹은 농민들은 그래도 버텨요. 안 써버려요. 
그런데 지금 젊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게 다 돈이잖아요. 농기계, 인건비, 세상 살아가는 흐름이 다 돈이에요.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돌아와서 살게 하려면 농산물 가격이 보장되어야 해요.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한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요? 
이런 사태는 자주 있어요. 양배추가 무안이 주산지라고 가정하면, 적정량을 심게 해야 해요. 정부에서 통계를 해야죠. 통계를 해서 생산비가 보장되게. 지금은 더 심어버리는 농가에 대해 정부에서 책임을 지지 않아요. 일본에 가니까 땅을 휴경해요. 휴경한 것을 정부가 보상을 하고. 다른 나라들도 농민들이 농사지은 것에 책임을 지는데, 우리나라만 그렇지 않아요. 농민들이 올해 양파를 해서 망했다고 치면 한 번씩 망하면 정내미가 떨어지거든요? 그러면 양파를 대폭 줄이고 마늘로 가요. 그렇게 내년엔 마늘이 폭락하고. 계속 반복이 되는거죠. 

양배추는 심어만 놓고 가격이 형성되면 유통인들이 와서 샀어요. 자기들이 거름 주고, 농약하고 다 관리해버려요. 농민들은 물만 주고. 그런데 올해는 가격이 싸고 과잉 생산되니까, 유통인들이 쳐다도 안보죠. 나갈 때까지 농민들이 약을 하고 비료주고 다했어요. 가격도 낮은데 생산비는 훨씬 더 드는 거예요. 

농민들은 생산비만 보장되면 팔거든요. 작년에 생산비가 10만원이 들어갔다면, 올해는 사려는 유통상인들도 없었으니 생산비에 20만원이 들어간 격이에요. 생산비만 보장되어버리면 농민들이 일을 해도 신나고 그러는데, 그게 안되니까요. 모든 농자재값은 다 올랐잖아요. 이젠 기후대비까지 해야 하고요. 

농민이 직접 도매시장 경매에 나가지 않고 유통상인을 거치는 이유는요? 
우리가 양배추를 한 망에 세포기를 담아서 가져가는데, 유통인이 가져가면 2천원을 줘요. 근데 우리가 가져가면 천원도 안줘요. 중매인들도 장사꾼들한테는 잘해줘요. 지속적으로 거래를 해야 되니까. 농민들은 한번씩 가지고 가면 속된 말로 완전히 눈탱이를 당해요. 도매시장, 경매제도 뜯어고쳐야 해요. 청와대에 민원 넣고 이래도 아직까지 안 고쳐졌어요. 가락시장 같은 곳의 유통인들은 1년이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서 정치권이든 어디든 영향력을 끼치죠. 정작 농민들은 찾아먹는 것이 없죠.

작년에 배추 시세가 조금 괜찮아서, 배추를 시장에 출하했는데. 광주도매시장으로 가져가니 한 망에 9,200원이 나왔어요. 그러다 마지막에 남은 배추를 목포로 한 차 보내니 6,800원이 나와요. 어떻게 같은 배추가, 광주에서는 9,200원인데, 목포에서는 6,800원이냐. 킬로수를 달아도 우리 것이 최고였어요. 흠 잡을데가 없었죠. 당신들이 경매를 볼 때, 어느 공판장에서는 얼마 정도 나왔는지 다 연락체계가 되어있을텐데,

그러면 광주에서 고송자 이름으로 낸 배추가 얼마 나왔는지 알아봐라. 몇백원 차이는 말을 안하겠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큰 차이가 나냐? 따졌죠. 너무 억울하잖아요. 2,400원 정도 차이가 나버리는데,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제일 ‘하빠리’ 배추를 가져간 유통인은 6,800원 나온 우리 배추보다 천원이 더 나왔더라고요, 7800원. 그날 그거 보고 이런 도둑놈들 소리가 절로 나왔죠. 그렇게 차이를 둬요. 농민들이 가져간 거랑 유통인들이 가져간 거랑.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유통인들에게 파는 거예요. 농민들은 진짜 힘들어 살기가. 농민들이 죽으면 다 죽어요. 그 수많은 유통인들도 농민들 때문에 먹고 사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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