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인력도 없는데 … 지역민 우선고용 원칙 비현실적”
농촌에 파고든 산업화의 한계, 총체적 문제의식 가져야

 

역사적으로 산업화의 표상은 공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를 넘으면서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선 바 있다. 마산·창원·울산·포항을 비롯해 경기 남부와 인천 일대가 대표적이다. 공업단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농공단지’라는 이름표의 낯선 정책이 추진되었다. 농+공이 뒤섞이면 뭐가 되는지 실험해보자는 의도였을까?

1983년에 제정된 <농어촌소득원 개발촉진법>에 따라 이듬해부터 7개 지역이 농공단지 시범지구로 발표된 이후 무안군도 1989년 삼향읍에, 1992년에는 청계면과 일로읍에 농공단지를 조성했다. 2011년에는 청계2농공단지가, 2019년에 몽탄농공단지가 추가됐다. 전통적인 농업지역에 공장건물이 파고드는 현상이 잇따른 상황이다.

농어촌지역 지자체의 재정자립과 지역주민의 현지 취업을 도모하여 도·농간 소득격차를 줄이고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로 이 나라 농촌지역 곳곳에 들어선 농공단지는 과연 그 취지를 충족시키고 있는가. 44개의 입주업체가 등록된 청계1농공단지를 찾아 실상을 알아봤다. 인터뷰에 응한 신재준 황토랑양파즙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해당 농공단지협의회 회장을 4년째 맡고 있다. 

신 회장에 따르면 1단지의 내수업체는 90%, 수출업체는 10% 정도다. 매출부진과 고용난은 이곳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고용난 속에서도 현지 주민을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농사인력도 부족한데 취직할 사람이 있겠냐는 것이다. 위 ‘농어촌소득원 개발촉진’법의 시행목적과는 결이 다른 양상이다. 

인근에 조성된 농공단지들은 견실한가 물으니, 사실상 과다조성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얼마전 삼향농공단지의 ‘중국산 소금 포대갈이’ 적발사건도 임대한 창고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미 입주한 중소기업들이 무안의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차차 살펴봐야겠지만, 농공단지 정책의 한계치에 따른 변곡점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더욱이 주변 마을 주민들이 환경오염 문제를 포함하여 생활건강의 위험성을 제기한 적도 여러번이다. 농공단지가 농어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섬’처럼 존립해야 하는 현실을 들여다보니 농촌에 파고든 산업화의 한계가 사뭇 우려스럽다. 농공단지에 관한 총체적 점검과 문제의식이 필요한 때다.
 

인터뷰 - 신재준 청계1농공단지협의회 회장

 

입주기업이 44개로 파악된다. 협의회장 맡으신 지는 몇 년이나?
4년째다. 임기는 2년씩인데 거의 끝나간다. 청계1농공단지는 기업들이 비교적 견실해서, 터를 잘 잡았다고들 얘기한다.

입주기업들의 사정은 어떤가
수출업체는 10%쯤이다. 내수업체들이 나름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영업실적 하락이다. 정부에서 지원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고.
예전에 비해 고용이 줄어드는 추세인가
줄어드는 편이다. 한국인 인력은 그런대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고용하려고 해도 일할 사람들이 딸려. 고용절차도 엄청 까다로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기숙사 여건도 필요하고, 미리 신문공고를 내고 노동부 허가를 맡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숙련분야보다는 비숙련 단순인력 쪽으로. 박스작업이나 고르는 작업이 많고 숙련도가 필요한 데는 비율이 낮고.
지역민들을 우선 고용하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지역주민들을 쓰는 걸 원칙으로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사인력도 없는데 무슨. 청계만 하더라도 거의 97~8%가 외지에서 온다. 목포나 광주에서. 그러니까 농공단지 취지는 이미 상실했다고 본다.

지역민 고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뭐 인력이 없으니까 시골에. 전부 노인들만 있고, 실질적으로 없다. 기본 취지와는 다르니까, 행정기관에서도 전전긍긍하고. 우리도 사람 필요할 때는 곤란할 때가 많지. 취지는 좋지만 유명무실하다. 삼향이나 일로쪽도 사정은 똑같다.
농공단지가 잇달아 들어서고 있는데
농공단지를 계속 늘리는 건 지역에 이롭지 않다고 본다. 청계2농공단지도 사실 필요가 없는데, 저렇게 수십억 들여 기반조성 해놓으니까 아주 몹쓸 기업도 들어오고. 실질적으로 축협 등의 자회사를 제외하면 농공단지 규모의 입주업체가 들어오기 어렵다. 

임대로 인한 문제점도 있는 것 같다
농공단지에 건물을 크게 지어놓고 다 못쓰니까 사업주가 임대를 내줘버려서 그렇다. 2~3년 전에는 임대를 얻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몇백톤이나 (쌓아놓고)... 빼 갖는가 모르겄네. 부도덕한 사람들이 보관료 먹고 튀어버리고 그런거다. 

제조업을 대하는 군청의 마인드는
무안군에서는 제조업을 우선순위로 본다. 그렇지만 서포트를 해주는데도 한계가 있을 거 아닌가. 원인분석도 해본다. 담당공무원들이 그 자리에서 농공단지의 이모저모를 알만하면 인사이동이 된다. 길어야 2년이여. 군청의 어떤 업무든 마찬가지여. 그런 식으로 되니까 전문성이 부족해. 공무원들 특히 중요한게 전문성이거든. 근데 부패한다고 교체해버리고 그러니까 상당히 행정능력 손실이 많다. 그래서 새판잡이로 직원이 바뀌면 또 설명해야 되고. 어떤 자리는 1년에 두세번이나 바뀐다. 

정부에서 공항이나 KTX 등 기반시설을 갖추려 하고 있다 
지역에서 국책사업을 엄청나게 하는데, 그에 대해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우리 기업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 항공물류로 나가는 것도 거의 없고. 예컨대 KTX 들어오면 교통이 편리해지니까 좋지. 그렇지만 공항이나 물류단지가 과연 어떨지는 모르겠다. 무안은 기업도시도 무산되었다. 나는 기업도시 애초부터 안된다고 주창한 사람이다. 안되는 이유가 뭐냐. 여기에 한 2만명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 그렇게 띄웠어. 그러면 2만명이 어디서 오냔 말이여.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 교통편은?
대중교통 이용하고 일부는 기숙사에서. 불편한 점은 물론 있겠지만, 인원이 많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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