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농협 … 조합원에 유리한 ‘문턱’으로 실적 올리기 급급
군청이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공공취지에 부응해야

일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무안타임스
일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무안타임스

“차로 7분 거리에 있는 일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일주일에 한번은 이용해요. 주로 대파, 양파, 마늘 등 신선한 야채를 마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해서 좋죠. 그런데 다양한 품목이 없어서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남악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55)씨는 그래서 필요한 제품을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구매한다. 일로농협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2016년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농산물직거래법)에 의해 생겨났다. 로컬푸드란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장거리 수송과 다단계 유통을 거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신토불이와 일본의 지산지소를 응용한 전북 완주에서 처음 만들어져 전국으로 전파되고 무안군에도 지난 2013년 개장한 일로농협을 비롯 삼향농협 하나로마트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다. 무안농협 신축 건물에도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일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2021년말 기준 295개의 취급품목과 326개의 출하농가로 하루 평균 방문객 1597명, 연매출액은 42억4천7백만원이다. 삼향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252개 취급품목을 250개의 농가가 출하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방문객 1132명, 연매출액은 17억4천5백만원이다. 

전국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대부분 지역농협이 주도해 운영한다. 농협과 조합원을 중심으로 생산자단체가 꾸려지기 때문에 농협 조합원에 가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조합원이 되어야만 로컬푸드 직매장 판로확보가 쉽다는 얘기다.  

5년 전 무안군에 귀농한 박 모(39) 씨는 일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고구마를 출하하기 위해 알아봤지만 헛수고였다. 일로농협 직매장은 매출이 높아 출하농가들이 선호하는 데다 배추, 양파, 고구마, 마늘 등의 품목은 이미 대농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대농이 로컬매장에서 판매하고, 판매자가 수익금을 많이 챙기는 ‘장사’가 된 현실이다. 때문에 신규 농가가 일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희박하다. 그러자 누군가 귀뜸해준다. 일로농협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고 출자금을 내면 조금은 쉽노라고. 하지만 이제 겨우 작물을 재배해 수확한 초보 농부에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출자금은 쉽지 않다. 

출하품목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로농협 관계자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인근 남악과 목포유통센터, 목포농협에 있고 청계와 무안농협에도 생길 것이다. 무조건 매대를 늘리기는 한계가 있다. 또 계획하더라도 소방시설 등 전체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일로농협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매년 급증하면서 지난 2020년 매출액 24억, 2021년말 기준 42억에 달하고 있어 굳이 로컬푸드 직매장 면적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 

하지만 직매장 운영자는 지역 농가에 다품종 소량생산을 적극 권장해 다양한 먹거리가 지역에서 생산되도록 해야 한다. 로컬운동의 모든 과정은 농민을 위해 하는 것이고, 그 이익은 농업인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운영자가 실적을 남기기에 급급한 순간 로컬의 취지는 사라진다. 

그렇다면 무안군청은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했을까?

군청은 지난 2013년에 ‘무안군 로컬푸드운동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로컬푸드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군청은 로컬푸드 활성화 사업으로 로컬푸드 안전성 검사와 소포장재 지원, 생산기반시설 지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농민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가공을 통한 상품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한 무안군청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 특산물들의 판로확보를 위해서라도 가공시설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오룡지구 개발에 따른 직매장 수요 증가, 칠산대교 개통으로 황토갯벌랜드 및 도리포에 직매장 개설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무안군청은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리는 전북 완주군의 성공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완주군은 다른 농촌지역처럼 전형적인 고민거리를 지니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과 민간이 협력해 농촌혁신모델을 개척했다. 그중 하나가 로컬푸드다. 

완주군은 마을을 돌며 참여 농민을 조직하고, 해외연수와 교육을 통해 농민 리더를 육성했다. 농협 등 이해관계자도 설득하고 함께 학습했다. 군청에 중간지원조직을 설치하는 등 행정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그런 과정을 거쳐 로컬푸드의 주요 민간주체인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았다. 협동조합의 지난해 매출은 348억원이다. 2012~2020년 완주군의 로컬푸드 누적 매출은 4천억원에 이른다. 이 매출 대부분은 지역의 농민에게 다시 돌아간다.

또 완주군청은 1차 농산물만으로는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했고 현재 300여종의 상품이 개발 판매되고 있다. 이를 통해 완주 로컬푸드의 명성을 한 단계 향상시키고 수제 가공품을 대량 생산시스템으로 만들어 여타 가공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완주군청의 사업제안 속에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사업’은 ‘지역사회에서 로컬푸드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다. 

무인직매장에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직매장에 들어간 농산물·가공품과 같은 상품이 진열돼 있다. 휴게실 등에 무인직매장이 있어 기관 임직원들이 언제든 무인직매장에서 지역의 우수한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것. 기관 임직원들은 퇴근 후 짧은 시간에 양질의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데다, 휴식을 취하면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자연스레 알아간다. 

무안군청은 완주군청의 사례를 보며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농협도 로컬푸드 직매장을 수익사업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소비자는 믿고 먹는 먹거리, 농민은 좋은 판매처를 갖는 로컬푸드가 농업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농협과 무안군청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무안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