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하는 산지폐기에 정책 혼선까지 … 농민들 분노
생산비 보장 등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또다시 양파밭이 갈아엎어지고 있다. 노지채소류의 선제 수급조절을 위한 생산량 예측과 의무자조금 도입 등 각종 장치에도 불구하고, 공들여 지은 농산물을 폐기하는 상황이 재연되는 등 농산물 수급조절과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해묵은 난제가 다시 불거졌다. 게다가 당초 의무자조금 단체가 설립되면서 가입하지 않는 농민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무안군청은 지난 11일 조생양파의 가격하락에 따른 시장격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양파 소비감소와 재고량 증가로 양파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가격안정을 위해 총사업비 16억4700만원을 투입, 60㏊ 면적의 조생양파를 산지 폐기하기로 한 것. 산지폐기 대상면적은 조생양파 재배면적의 10%가량이다. 시장격리 대상은 2022년산 양파 재배면적 조사에 등재된 농가 중 2021년 양파의무자조금 납부 농가 또는 2022년 경작신고 완료된 필지가 대상이며 지원 단가는 평당 9,060원이다. 

무안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읍면 양파·마늘 재배면적 및 농가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무안군 양파농가는 2,155곳으로 총면적은 2,037ha다. 이중 조생종은 961 농가로 면적은 655ha, 중만생종은 1,194 농가에 면적은 1,393ha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무안군청은 이번 산지폐기에서 생산자 2,155명 중 1,651명이 자조금을 납부한 것으로 파악, 이들 농가에 대한 보상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무안양파 농가들은 무안군청에서 세운 예산대책은 시늉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양파 산지폐기 면적도 60ha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양파 의무자조금을 내지 않은 농가는 보상까지 받을 수 없다는 것. 

홍백용 양파마늘사단법인 회장은 “무안군은 양파생산농가의 참여율이 저조한 ‘2021년 의무자조금 농가’ 중심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며 “현재 군청에서 세운 예산대책은 시늉에 불과하다. 보상금액을 낮추더라도 의무자조금을 내지 않는 농가까지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의무자조금이 지난해부터 시행이 됐다. 의무자조금 단체에서 각 읍·면사무소로 가입신청서와 의무거출금 납부고지서, 경작신고를 발송했지만 대다수 농민들은 자조금을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모른다. 또 한창 바쁜 시기에 내년에 양파를 지을 면적을 신고하라고 한다. 아직 농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년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무안군청은 이번 양파 산지폐기 문제도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주고 진행을 했어야 한다. 또한 긴급예비비 편성을 해서라도 나머지 농가에 보상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남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노경석씨는 “자조금을 내야 보상해준다는 건 나머지 농민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농민들에게 이것저것 명목으로 걷어가는 회비가 너무 많다. 당장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양파밭을 갈아엎으면서 보상을 받으면 뭐하고, 이제는 그마저도 의무자조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우리는 어디에다 하소연을 해야 하냐”며 무안군청의 행정을 비난했다. 

이에 관해 무안군청 관계자는 “전남도에서 의무자조금을 낸 농가에 한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내려온 공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의무자조금 도입의 시행착오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밝힌 무안군 자조금 납부현황을 봐도 알 수 있다. 

2021년도 무안군 자조금 납부 양파농가수는 5,231 농가 중 1,904 농가다. 자조금 제도는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응해 해당 품목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공동의 목표 달성을 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자조금은 법적 규정이나 집단 결의에 따라 회원에게 돈을 걷어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제도화된 기금이다. 이 중 의무자조금은 모든 회원이 의무적으로 납부해 조성한다.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전국 모든 양파생산자들에게 ‘의무거출금 납부고지서’와 ‘경작신고서’를 발송했다. 1000㎡(300평) 이상 양파를 경작하는 농가는 양파자조금 의무 가입대상이며, ㎡당 4원씩 거출한다. 납부하지 않는 농가는 향후 정부지원 및 보조 사업이나 계약에서 배재되며, 작물보험 가입 등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의무자조금 사업이 시행 초기라 농협 및 생산농가에서 의무자조금이 무엇이며, 왜 거출금을 납부해야 하는지, 경작신고를 왜 하는지 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진 무안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경작신고를 제때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 농협은 경작신고를 이행한 농가만을 대상으로 계약재배를 체결하고, 지자체는 종자·비료·농약 등 농자재를 지원할 때 경작신고 면적만을 사업량으로 확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무자조금 문제는 사실상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무안은 운남면을 제외한 9개 읍·면사무소에서 서명작업을 했는데 이분들의 거부감이 크고 홍보가 미흡했다”며 “앞으로 지역 내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양파, 양배추, 마늘 등의 수급조절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늘 임기응변에 그쳐왔다. 때문에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무안군청도 그동안 주산지 정책 활성화와 함께 주기적인 가격 폭락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농산물 주산지 보호 특별법’을 요구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그나마 2020년 12월 무안군 전통양파주산지 보호조례가 제정된 정도다. 

하지만 양파농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 조례라면 ‘있으나 마나’한 조례나 다름없다. 농민들에게도 최소한의 생산비 보장 등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해당 기관·단체가 양파 농가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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