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상황 기대했지만 … 재래시장은 여전히 위축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봄이 왔는데도 생명력을 마음껏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묘사하는 이 문구는 코로나19로 봄을 만끽하지 못하는 올해 우리 모습과 여전히 같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8일에는 정부 조치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 봄꽃들이 만개하는 무안의 4월을 일로오일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상인들은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감염병 유행세는 약화되며 시장으로 나온 인구가 비교적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는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다는 말도 들렸다. 

일로장은 남악 신도시와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상인들은 구매력이 있는 젊은 인구가 일로장으로 몰리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남악 인구는 일로 대신 목포로 향하고 있다. 몇몇 상인들은 ‘엔데믹’ 상황이 오더라도 재래시장은 되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겼다.

파종 시기를 맞아 비교적 호황을 겪고 있다는 생강 및 약재 상인들도 만났다. 한 약재 상인은 요즘 그나마 장사가 나은 편이지만, 올해는 인건비나 비료값, 국제정세 등이 농산물 시장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람이 없어. 장사꾼만 오는디.”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잡한 도로 상황과 달리 시장 안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로장 안쪽 ‘찹쌀도나쓰’ 점포는 도넛과 어묵, 튀김을 먹고 가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점포 주인 이민경(55) 씨는 이것도 잠깐뿐이라며 무덤덤한 표정이다.

“지금도 엄청 어려워요. 오늘은 휴일이라 직장을 안 가니까 그나마 이렇게 나오지. 평상시에는 직장인들이 없으니 할머니들만 있어요.”
건어물전을 하는 양봉순(77) 씨 역시 주말에도 일로장을 찾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원체 인구가 적은 데다 근처에 마트까지 있으니 재래시장은 꾸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아주 나빠. 오전 11시 넘으면 장은 다 접제. 사람들이 안 온당께. 주말이라 좀 클 줄 알았는데 사람이 없어. 다들 시골사람이라 돈들이 없어. 뭔 돈이 있겄어, 장사꾼만 오는디. 거기다가 마트가 있어갖고 시장이 죽어.”

다른 어물전을 하는 박연실(60) 씨는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약하다고 본다. 구매력 있는 젊은 인구가 와야 시장이 돌아가는데, 규제가 느슨해지고 날이 풀리자 이들은 오히려 재래시장을 더욱 멀리한다는 것이다.
“주말에 젊은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시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 버리잖아. 원래 남악에서 일로에 많이 왔었어요. 지금은 다 놀러 나가서 그런 거야.”

봄 파종작물, 생산비 올라 어려워
4~5월은 생강을 파종하는 시기다. 일로장에서도 생강을 파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한 점포에서는 할머니와 손녀가 생강을 판매하고 있었다. 손녀 김예은(15) 학생은 올해 중학교 2학년으로, 할머니를 돕기 위해 시장에 나와 일손을 거들었다. 

맞은편에서도 한 식구가 생강을 비롯한 여러 약재들, 양파와 고구마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업을 이어 약초를 판매한다는 ‘엄다약초’ 김성운 씨는 올해 농산물 시장은 비료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변수를 따지자면 보통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올해는 비료 때문에. 비료값이 비싸잖아.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곡창지대라 지금 국제 곡물시장을 좌지우지해버려요.”
김 씨는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가 고구마를 650마지기를 하거든요. 13만평. 그런데 인건비가 1인당 13만원이에요. 10억을 대출받으면 한 달 안에 고갈돼요. 농사는 고생해서 했는데 수익은 거의 없어요.”

김 씨는 생강‧초석잠처럼 수요는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 공급되지는 않는 작물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는 그걸 심으라고 해도 안 심어. 수익성이 양파보다도 나은데. 양파 이거 지금 헐값이잖아요. 이런 것에 대비해서 부수적인 작물을 심어야 해요. 초석잠 같은 걸 해주면 좋을 텐데.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안 되는 것들이거든요.” 

“택배주문 덕에 그나마 풀렸어요”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정아수산’은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왔다. 오일장이 설 때마다 나가는 한편 무안읍에서 상가도 운영하고 있다. 무안읍에 거주하는 아들 이제이(43) 씨는 이러니 늘 바쁘기만 하다고 했다.

“무안장, 일로장, 신안군 지도장에 나가요. 원래는 함평까지 했는데 너무 바빠버리니까 함평은 빼버렸어요. 5일에 세 번씩인데 장에 가지 않는 날에는 생선을 말리고 분류하는 작업을 해요. 그러니까 쉴 시간이 별로 없어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를 즐기기보다는, 장사가 바쁘니까.”

이 씨는 어려운 경기에서 택배주문이 그나마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택배를 해야지, 그게 아니면 사람이 안 나오니까 못 팔아요. 시골이다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시잖아요. 몸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아예 안 나가. 2~3년 동안 매출 절반이 떨어졌어요. 그나마 택배로 조금 메운 거예요. 드셔보신 손님들이 믿고 사시거든요. 명절에는 굉장히 바빠요. 이렇게 굴비 선물세트를 보내기도 해서. 택배 덕에 좀 풀렸어요.”

그는 어물전의 스테디셀러가 갈치와 조기라고 말했다. “보통은 고등어인데 아무래도 목포는 갈치죠. 목포 먹갈치, 다음으로는 목포 조기.” 
손님 몇 사람이 고등어와 낙지 따위를 사 갔다. 이 씨는 분주한 와중에도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였다. 일로에 봄이 완연히 찾아오면 모든 상인들의 활짝 편 얼굴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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