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에서 출발해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곳으로
품앗이와 협력의 네트워크 … 모든 구성원이 운영주체

마을학교의 역할을 설명할 때는 흔히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인용하고는 한다. 제도권 교육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를 마을 공동체가 함게 교육하고 해결해가는 공간이자 관계망이 바로 마을학교이기 때문이다. 

이상(理想)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을학교는 더 나은 교육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몽탄마을학교’ 운영위원 김 진(45) 씨의 말처럼, 마을학교는 아이 한 명만이 아니라 교육에 참가하는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다. 김 운영위원도 세 남매를 몽탄초교에 보내는 학부모다.

몽탄마을학교는 몽탄면 119지역대 옆의 작은 도서관 공간을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 ‘모아작은도서관’ 2층에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몽탄면의 학생들이 모인다. 학생들만이 아니다. 보호자들도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숙제와 공부를 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실천한다. 

주말축제 “즐거웠어요”

지난주 토요일에는 몽탄중학교 운동장에서 축제를 열었다. ‘꿈여울 주말 놀이터’ 겸 ‘학부모 소통의 날’이었다고 한다. 마을학교 중학생들은 자원봉사자로 부스를 열고 나무공예, 사격장, 엽서 꾸미기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문화 활동을 준비하며 어떤 것을 배웠을까? 마을학교 채다현(8), 기성은(15) 학생은 활짝 웃으며 지난 토요일의 축제가 “즐거웠다”고 한다. 운영위원 김 진 씨는 여기에 덧붙여 마을학교 프로그램의 목적 중 하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도 좋아요. 다만 저희는 이곳 몽탄이라는, 경쟁이 없는 동네에서 살잖아요. 학원도 없고요. 그러다보니 자신의 역량을 돌아볼 기회가 부족해요. 그래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올해 마을학교 사업 중에 ‘뭐라도 해보자’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마을학교 친구들이 말 그대로 ‘뭐라도 해보겠다’고 하면 지원을 해주는 거예요.”

이종선(12) 어린이는 컴퓨터도 고쳐보았노라고 말했다. 곧잘 기계를 고치곤 하는 이종선 어린이는 버려진 컴퓨터를 가져와 마을학교에서 고쳤다. 그때 고친 컴퓨터는 지금 작은도서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마을학교에서 진행하는 많은 프로그램이 위와 같은 취지로 진행되고 있었다. 프로그램 ‘나도 선생님이다’에서는 마을학교 학생들이 직접 교사가 되어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강료도 받는다. 학생들은 자율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발표와 실습을 진행하는 일까지를 주도적으로 맡는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 역시 스스로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다.

“떡볶이 만들기, 사격, 종이접기 등 아이들이 관심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강사비 1만원 중 세금 3.3%를 떼고 봉투에 넣어서 주고요.”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채성현(13) 어린이는 지난해에 마을학교에서 참여한 인상적인 활동이 아주 많았노라고 대답했다. 

“작년에는 산에 가서 등산도 해봤고, 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체육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하브루타’라는 유대인의 교육 방법이 있는데,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질문도 주고받는 거예요.”

몽탄초·중학교 통합도 관심사

학생들의 또다른 관심사도 들어보았다. 도서관에 모인 열한 명의 학생들은 모두 몽탄에 거주하거나 몽탄에서 학교를 다닌다. 그런데 몽탄초‧중학교가 통합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마을학교 학생들 역시 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기성은, 서승정, 서창희(15) 학생은 몽탄중학교 2학년이다. 세 학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통합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통합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지난번 학교에서 통합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묻는 안내문이 나왔거든요. 저희는 반대를 했는데, 결국은 이루어진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이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상상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들의 보조가 필요하다. 마을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예산이 넉넉지 않으면 보호자들끼리 품앗이하는 방법을 통해 책임을 나누기도 한다.

“특정한 한 사람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은 아동센터가 할 역할이에요.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이 아니에요. 여기 와서 배우는 것은 보호자들도 똑같아요. 보호자들도 강사를 하거나, 돌봄을 함께하고,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역량을 발견하게 돼요.”

보호자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학교도 마을학교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몽탄중학교는 마을학교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도서관, 운동장 등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을학교와 협력하고 있다. 

“우리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학교가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중재하는 역할도 하는 거예요. 지역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면 마을학교나 도서관을 통해 소개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아이들이 주축이 되는 한편으로 보호자들 역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요. 전남도청이나 무안교육청에서 확보한 학부모 예산으로 보호자 역량 강화와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를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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