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배삼태 前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

      배삼태 前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
      배삼태 前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

작년 가을 70여 군의 꿀벌들이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가출해버려서 올봄에 60여 군의 벌을 1,500만원에 구입하고 잘 관리하여 이동양봉을 시작했다. 그런데 봄부터 조짐이 좋았다. 날씨가 적당히 가물고 쾌청하여 사양 한번 할 필요 없이 봄 꿀이 들어와서 벌이 잘 되었다. 작년 5월은 장마처럼 비가 자주 내려 아까시 꿀을 딸 수가 없었는데 올해는 아까시 꿀을 딸 수 있는 최적의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미 경상북도 성주에서 채밀한 꿀이 벌 구입비와 그동안의 모든 소요경비를 넘었다. 오늘 아침 용문산에서 채밀한 꿀까지 합하면 작년 1년 수확량을 능가할 만큼이다. 장기예보를 참고하면 당분간은 비 소식이 없다고 하니, 잡화꿀과 밤꿀 수확으로 그동안 못했던 수확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그런데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은 우산 장사하는 아들과 짚신 장사하는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과 똑같다. 장마가 지면 우산 장사하는 아들은 재미를 보지만 짚신 장사하는 자식은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가뭄이 들면 짚신 장사하는 아들은 재미를 보지만 우산 장사하는 자식은 살아가기 힘들어질 것이다.

봄 가뭄이 심하다 보니 대형 산불이 강 건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좋은 산천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또한 지하수가 고갈되어 농업용수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나도 밀 농사와 콩 농사를 1헥타르씩 직접 경작하고 있기 때문에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10여일 전의 밀밭은 너무 풍요로웠는데 지금은 누런 황금들판으로 변신중이라고 한다. 6월 10일쯤이면 콤바인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밀 콤바인 작업이 끝나면 즉시 콩 파종을 하는데 6월 장마가 제때 오면 콩 농사가 문제가 없는데 가뭄이 길어지면 농사를 장담할 수가 없다. 농사는 인간과 하느님 그리고 자연이 함께 동업하는 것이다. 하늘과 자연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될 수가 없다.

기후변화로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에 가격이 더욱 폭등하는 추세다. 봄에는 우리밀이 수입밀보다 세 배나 비싸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우리밀이 수입밀의 두 배로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기후변화와 불확실한 국제정세 때문에 돈을 주고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탄핵국면에서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기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촛불 정부라고 자처했던 정권은 농업도 못 챙기고 고향으로 가버렸고 후임 정권은 농업의 농자도 입에서 꺼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떡하랴?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같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묵묵히 할 뿐이다.

그러나 소박한 꿈을 가져본다. 물론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 있지만 작고 소박한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비육우의 사육농가가 줄어들고 소를 먹이기 위한 풀밭이 보리와 밀밭이 되어 식량자급률이 높아지면 좋겠다.

소 키워서 돈을 번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고 돼지 키워서 돈 번 사람들이 돈으로 지역정치를 장악한 상황에서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지만, 사료값이 폭등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내 이야기가 공염불이 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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