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마을행복디자이너 어성준
살고 있던 아파트가 부도 겪으면서 주민자치 활동에 눈 떠
선진국처럼 주민총회로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지향점

어성준(전라남도 마을행복디자이너 ) 

 

우리는 보통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칭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정치구조를 ‘지양’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지역정치에 직접 참여해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마을행복디자이너인 어성준씨는 무안읍 주민자치위원회 감사로도 활동했다. 그가 주민자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살고 있던 아파트가 부도를 겪으면서였다.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지역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사실,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생각들을 군의회나 군수에게 얘기해서 반영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주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절리 가는 길에 무안천이 있다. 주민들이 운동을 많이 하는 곳인데, 저녁에는 가로등 하나 없어 굉장히 어둡다. 주민분이 저에게 무안천 주변 환경문제에 대해 전해주셨다. 의견을 듣고 가보니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사진도 찍고, 비슷한 사례를 모아서 주민자치위원회에 의견을 냈다. 우리 위원회 이름으로 주민참여예산 제안을 해 선정이 됐다. 무안천에 벤치들도 생기고, 태양광 조명이 생겼다. 가로등을 하면 논농사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바닥에 놓는 걸로 했다. 주민 한두명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필요로 하는 사안에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이 된다. 

마을행복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남도청 사회적경제과에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가 있다. 마을행복디자이너란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한다. 무안읍 금광아파트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사업을 3년간 했다. 금광아파트 입주민들은 그 전부터 부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직이 되어있어서 수월했다. 이미 조직된 주민들이 아파트에 꽃도 심고, 관리도 하고. 자발적인 참여로 활동하다가 공동체 사업까지 도전하게 됐다. 

저희 아파트 같은 경우야 부도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조직력이 생겼는데, 처음 그런 사업에 도전하는 공동체는 쉽지 않다. 갈등관리부터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지까지. 보조금을 정산하는 일도 어렵다. 마을행복디자이너는 이런 공동체의 일들을 돕는다. 주민조직, 갈등관리, 정산까지의 문제들을 한 달에 한두번씩 가서 지원하고 필요하면 강의도 진행한다.

주민자치 관련 활동들을 하게 된 계기는?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부도나면서 주민 자치에 눈을 뜨게 됐다. 주민들이 뭉치니까 국회에 가서 특별법을 바꿀 수가 있더라. 그때, 아 주민자치로 가야겠구나 생각하고 공부를 해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었나?
금광아파트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대한민국 공공임대 정책이 투트랙이다. 정부에서 직접 하는 LH는 부도 날 일이 없다. 그런데 민간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금광아파트가 그런 사례다. 국가에서 민간에다가 국민주택기금을 장기로 빌려줘서 하는 건데, 부도 위험성이 조금 높다. 정부에서는 서민들 주거 안정하라고 자금을 빌려준 거다. 임대아파트의 경우 매월 임대료를 내줘야 하는데, 민간 임대의 경우 불법으로 다 전세 전환을 시킨다. 편법을 쓰는 거다. 건설사에서 입주민 전세자금을 가져다 투자를 해버리니까 부도가 나기도 하는 거다. 

서민 주거 안정하라고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준 건데, 이자를 못 갚으니까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경매를 내버리는, 말이 안 되는 구조다. 그래서 법을 개정할 수 있는 사유가 됐다. 전세 전환하는 것도 다 위법사항이다. 원래 관리감독을 국토교통부에서 해야 했다. 그런데 지자체에다가 업무를 내려놨다. 관리감독이 안된 거다. 세입자가 80% 전세 전환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전국 연대를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파고들었고, 부도난 공공임대 주택들을 보전해주는 특별법 개정이 됐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LH가 매입한 거다.

주민자치 활동을 계속 해왔는데,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효능감을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저는 활동을 하면서 주민이 주인이다, 쫄지 마시라, 이런 얘기들을 한다. 저도 그랬다. 주민 자치에 눈을 뜨기 전에는, 군의원이나 군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전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국회도 4년 정도 다녀보고 하니 ‘주민이 주인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득권층에서는 주민들이 깨어나는 것이 피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깨어나야 한다. 그래야 주민자치가 되고, 스위스 같은 선진국처럼 나아갈 수 있다. 스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2~3천명 가지고도 이뤄진다. 주민총회로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직접민주주의가 이뤄진다. 저는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해나갈 계획인가? 
옛 무안고 문화재생사업부터 시작해서 공동체 기반의 사업들이 많다. 그런데 관주도로 끌려가는 경향이 있다. 처음 사업 공모할 때는 주민들이 참여하지만, 형식상의 주민참여 공모사업이 되어버리면 행정이 다 끌고 가버리게 된다. 사실 그런 문제들을 좀 개선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왕성하게는 하지 못하더라도 주민자치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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