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안푸드플랜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

푸드플랜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은 ‘관계망’에 대한 이해다. 타 지자체들은 기획생산 및 농가조직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효율적인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농산물이 순환하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관계도 필요하다. 

이것이 곧 푸드플랜이 요구하는 관계시장의 핵심이다. 초기 단계에서 구성된 관계망은 단계를 밟아갈수록 더욱 긴밀하게 얽힐 것이며, 그 관계망이 구축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은 행정의 일이다. 그렇다면 연구용역 보고서 이후의 무안푸드플랜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형식적 거버넌스, 예정된 로드맵 없어

푸드플랜 거버넌스는 시민사회와 농산물 생산자, 지자체 등이 함께 먹거리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협의체를 말한다. 지속가능한 농식품 체계를 추진하기 위해 각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 2월, 무안에서도 최종 연구용역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관계자 및 사업자들로 구성된 먹거리위원회를 띄웠다. 그러나 무안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발족 이후 먹거리위원회의 향후 방향성이나 활동 계획이 “검토 단계에 있다”고 응답했다. 연구용역 보고서에 ‘먹거리 거버넌스 구축’이 12대 전략과제 중 하나로 수록되었을 뿐, 위원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야 하는지 정해진 바는 없다.   

다른 지자체는 어떨까. 청양군은 민‧관 거버넌스 조직으로 추진위원회와 실행위원회를 두었다. 청양군 민‧관 거버넌스는 국내외 선진지 연수와 먹거리 정책 포럼을 실시했으며, 행정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민과 관의 협력체계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유명무실한 무안군 상황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세부 실행계획 없이 ‘건물짓기’ 예산만

푸드플랜은 안전한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선순환시키기 위해 생산과 소비, 나눔 등 지역사회 일체가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기획생산과 농가조직화, 거버넌스 구축, 안전성 검사 등의 세부 과제들은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총괄하는 것이 실행조직인 먹거리통합지원센터다.

민‧관 거버넌스와 농가조직화, 기획생산은 지역 단위에서 농식품체계를 순환시키기 위한 기초적 소프트웨어다. 이 협력체계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 먹거리통합지원센터나 로컬푸드 직매장은 푸드플랜의 하드웨어 역할을 하게 된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현재 삼향 로컬푸드 직매장 부지를 매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무안군 푸드플랜 보고서에 따르면 로컬푸드 직매장과 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푸드플랜 세부사업에서 가장 큰 예산(각 100억, 70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큰 규모로 예산이 투입될 것임에도 구체적인 계획안은 없다. 해남군과 청양군은 먹거리통합지원센터의 조직 구성, 역할 분담, 출연금 등을 상세하게 서술한 계획안을 보고서에 수록했다. 이에 비해 무안군 푸드플랜 보고서에는 통합지원센터가 수행할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프트웨어가 미비한 채로 하드웨어부터 구축하는 모양새였다. 

푸드플랜의 본질 이해하고 대안에 접근해야
지난 5월 4일 연구용역 보고서 최종 발표회에서는 푸드플랜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예산문제 등이 지적되었다. 이에 농업기술센터에 대처안이 마련되었는지를 질문했으나 “하반기에 농식품부에서 시행할 사업에 신청할 예정”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플랜 B’가 현재로서는 없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군청이 푸드플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보고서가 마무리된 지금까지 무안군청은 지역 먹거리 문제에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안타임스가 무안군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과 공동으로 <무안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포럼>을 3월 11일에 개최한 바 있다. 포럼이 마무리될 무렵, 참석한 여성농업인이 손을 들고 발언을 했다. 발언자는 “여성농과 소농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너무나 복잡해 행정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들이 움직일 수 있는 규모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푸드플랜의 가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지금 무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지역사회, 그래도 무안푸드플랜의 길잡이를 위해 누군가는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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