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갑 목포대 경제학과 교수

고두갑 목포대 경제학과 교수
고두갑 목포대 경제학과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서방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에의 엄격한 경제·금융 제재로 응했다. 알다시피 침공은 장기화되고 지원과 제재는 함께 강화되는 방향에 있다. 러시아와 NATO의 무력충돌은 피할 수 있지만, 이미 러시아와 서방은 전면 대결 양상이다. 동서 냉전 종식 후 세계화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사태, 환경과 인권에 대한 의식 고조로 변용되고 있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세계화의 반격을 가속화하고 세계경제를 단편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침공에 의한 피해와 제재에 따른 물류나 금융에서의 러시아 분리는 공급면에서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를 둔화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GDP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못 미치지만, 화석연료·희귀자원·곡물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를 훨씬 웃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회복에 따른 수요의 급격한 회복이 에너지와 식품공급의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 또한 중국 도시의 폐쇄와 러시아 제재에 따른 공급망 혼란에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있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1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2022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을 1월 시점 전망에서 0.8%포인트 인하해 3.6%로 제시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선진국이 5.7%, 신흥국 개발도상국이 8.7%로 각각 1.8%포인트, 2.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 기본 시나리오 예측은 분쟁지역이 확대되지 않고, 제재도 3월 말 시점의 내용이 유지된다는 전제였다. IMF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러시아산 원유·가스, 원자재 등의 공급이 대폭 감소해 공급 충격이 인플레이션 기대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고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자세가 강해지는 ‘리스크 시나리오’의 경우 2023년까지 세계 GDP는 2%가량 기본 시나리오를 밑돌며 인플레이션율은 2022년, 2023년에 1%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였다. 

현실은 ‘기본 시나리오’보다 ‘리스크 시나리오’에 보다 가까운 전개를 걷는 것이 아닌가. 유럽은 에너지 공급에서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 주요국 지역에서는 경제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IMF의 기본 시나리오 예측에서도 EU의 2022년 실질 GDP 성장률은 2.9%로 1월 전망에서 1.1%포인트 낮아졌다. 

리스크 시나리오의 경우 2023년까지 3%가량 하락해 2024년 이후에도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EU가 원유·가스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러시아가 금수를 단행하면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에너지 대금으로 러시아에 전비(戰費)를 공급하는 모순을 언제까지 끌어안을 수는 없다. 인권상황 악화, 안보상 위협에 제동을 걸기 위해 단기적으로 경제를 희생시키는 결단을 촉구하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EU는 정책 우선순위 변경도 강요받고 있다. 3월 10~11일 개최한 특별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베르사유 선언에서는 2030년을 향해 방위력 확충이나 에너지 의존도 인하보다 튼튼한 경제기반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긴급 과제가 된 에너지 분야에서는 가격 급등에 대한 긴급 대응을 강구하면서 러시아에 의존해 온 가스의 조달처와 종류의 다양화, 화석연료 의존도 인하를 위한 재생 가능 에너지 가속을 목표로 한다.

EU는 2023년 코로나19 대응 비상시 모드를 해제, 일시 동결중인 재정룰 적용 재개를 예정했었다. 그러나 동결 해제는 미루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선도가 높아진 새로운 과제에 대응, 전략적 자립을 서두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7월에 접어들었으며, 러시아에서 유럽으로의 에너지 제한으로 유럽은 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도 심화되는 인플레이션 현상에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고유가, 고금리, 물가상승은 부채에 의해 유지되는 우리나라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줄 것이며, 하루하루 긴장감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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