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청, 반대입장 고수 … 국비 433억원 반납 및 사업폐기 수순

총사업비 480억원(국비 433억원, 군비 47억원)이 투입될 무안군 해제면과 신안군 지도읍 사이에 위치한 1.71㎢규모의 탄도만 일대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무안군이 현재 확보된 예산으로는 갯벌 복원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농어민 피해에 대처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갯벌생태계 복원사업 추진을 놓고 무안군과 신안군 두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업 찬반 의견을 담은 최종의견서를 지난달 말 받아놓은 상태다. 무안군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상황이라 국비 433억원 반납은 물론이고 해당 사업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간척사업으로 막은 담수호 뚫어 바닷물 흐름 되살리려는 사업

탄도만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은 무안군 해제면과 신안군 지도읍 사이에 조성된 담수호(산길호)를 해수 유통이 가능한 물길로 복원해 수산자원 회복과 관광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사업이다. 남북으로 폐쇄된 산길호의 5개 제방을 철거해 북측 해역과 남측 탄도만을 잇는 갯벌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산길호는 1972년 농지조성을 위해 갯벌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매립으로 태원농장지구 농경지 2,037헥타르가 개발됐고 농업용수 공급 목적으로 갯벌 지역 물길을 막아 담수호를 만들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산길호는 유기물이 쌓이고 오염돼 농업용수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바닷물이 막혀 주변이 늪지로 변하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사실상 생물이 살 수 없는 갯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갯벌생태계 복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실제 복원사업 해당 지역인 무안군 해제면 어촌계 어민들은 “갯벌을 막기 전에 이 지역은 여객선도 다니고 해태(김)도 잘되고 지금보다 고기도 훨씬 잘 잡혔다. 그런데 지금은 뻘이 다 죽었다. 담수호도 퇴적층이 높아지며 수심이 낮아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안군 지도읍도 다르지 않다. 봉리 어촌계와 어의리 어촌계에서는 예전 조업하던 구역에 퇴적된 갯벌층이 높아지면서 조업 어선들이 출입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

찬성하는 신안군청과 반대하는 무안군청입장차 뚜렷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안군은 늪지로 변한 갯벌 복원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늪지화한 갯벌을 방치할 경우 퇴적된 갯벌로 어민들 어려움이 가중 된다는 판단이다. 반면, 무안군은 사업추진을 위해서 훨씬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확보 방안이 없는 데다 해수 유통으로 인한 농어민 피해대책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카드를 내밀었다. 결국 해수부가 지난해 12월께 전라남도에 사업 일시중지를 통보하면서 사업이잠정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무안군청 해양수산과 담당자는 “현재 사업비는 국비·군비 포함 480억이다. 이 예산으로는 사업진행이 어렵다. 외부 기관에 맡겨 확인한 예상 사업비는 1,200억원 정도인데, 무리하게 추진할 수는 없다. 예산을 먼저 확보하고 진행해야 한다”며 예산이 문제임을 강조했다. 

더욱이 무안군청 측은 사업추진 당시 전남도와 신안군이 무안군과의 협의 없이 지난 2020년 해수부에 탄도만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건의해 사업이 선정됐다고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다. 무안군청이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반대하는 데는 ‘주도권 문제’도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근거가 이것이다.

예산타령과 함께 무안군청이 또 하나 내민 반대 카드는 주민 공론화다. 무안군 어촌계를 중심으로 사업 추진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이 빠졌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무안군청 담당자는 “산길호 인근 태원농장지구 경작농민들과 간척지 토지소유자들의 반대도 있지만, 무안군민 전체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반대한 농민은 11명에 불과했다. 갯벌생태계 복원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사업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무안군청의 입장은 여전히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민 설문조사 결과조차 인정하지 않는 무안군청의 어깃장

지난해 5월 해양환경공단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서를 무안군청 담당자에게 받아 내용을 살펴보니 무안군과 신안군은 지난 2018년 이미 공동용역을 통해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에 대한 지역민 의견수렴까지 마친 상태로 확인됐다. 무안군청이 이와 같은 결과를 받아놓고도 주민공론화 카드를 빼든 사유가 과연 무엇일까?

당시 설문조사는 탄도만 갯벌생태계 복원지역 인근인 무안군 해제면과 신안군 지도읍 주민들이 대상이었다. 해제읍 주민 100명과 지도읍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2.6%가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55.8%가 생태계 기능회복과 생태관광 활성화(23.1%)를 이유로 사업에 찬성했고, 사업에 반대하는 7.4%(11명)의 응답자 중 93.3%가 농사 등 생업에 지장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관광산업 측면도 살펴봤다. 갯벌생태계 복원지역인 무안군 해제면에는 무안황토갯벌랜드와 송계어촌체험마을이 있어 해마다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신안군 지도읍도 향교와 사옥도-안마도를 잇는 노두길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무안군을 찾는 관광객보다 유입이 적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무안군청은 신안군의 협조 요청을 뿌리치며 탄도만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에 어깃장을 놨다.

갯벌 복원의 필요성, 무안 어민들이 더 절실

사업계획서에는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에 반대했던 농민들의 걱정인 농업용수 확보 방안도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영산강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관로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산길호 내부의 섬을 활용해 농업용수 저장을 위한 담수호를 조성할 예정이다.

갯벌 복원은 무안군 어민들도 요구하는 사항이다. 해제면에 사는 어민은 “막혀있던 제방을 제거하면 유속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갯벌도 지금과는 다르게 변할 것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갯벌을 살리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갯벌이 복원되면 예전처럼 어족자원이 풍부한 지역이 될 것이다. 이곳은 위치상 어류의 산란처다. 환경도 갯벌생태도 더 좋아질 것”이라면서 복원사업에 긍정적인 뜻을 비쳤다. 

여기에 어민피해 보상도 선제적으로 준비해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평생을 갯벌과 살아왔다. 어민들 사는 게 다 비슷할 것이다. 중요한 사업이지만 피해보상 문제는 반드시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 생태계, 사회·경제적 측면,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 갯벌 복원의 필요성은 여실해 보인다. 물론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으로 환경변화가 가장 큰 구역은 북측 해역과 남측 탄도만 갯벌이다. 반면에 복원사업 후 직간접적인 효과를 가장 많이 누릴 곳도 사업구역인 무안군 해제면과 신안군 지도읍 주민들일 것이다. 갯벌환경 개선에 의한 어촌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생태관광 차원의 긍정적 효과도 전망해볼 수 있다.

그런데도 무안군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지역민들은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남도와 신안군이 무안군에 협조 요구조차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반대하던데, 용역이며 사업계획을 같이한 거 아니냐? 그런데 이제 와서 예산을 문제 삼는 걸 보면 사업 자체를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촌계 어민들도 군수 찾아가 복원사업 추진해달라고 했다는데, 예산 부족 탓으로 돌리며 국비를 반납하려는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무안군청 측은 “군수님도 갯벌생태계 복원은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시고 해당 부서 담당자들도 사업 진행을 원한다. 하지만 사업비가 너무 적다. 확보된 예산이 없이 사업 추진은 어렵다. 무안군은 군수님 지시대로 갯벌생태계 복원을 위한 연구를 좀 더 세밀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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