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없이 관리한 정원 … 아로니아 염색 체험활동 중점
365일 누구든지 자신의 마음대로 자연을 배우는 자리

우리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얼마나 더 오랫동안 누릴 수 있을까. 매년 기온은 더 높아지는데 비는 내리지 않고 천연자원 가격은 내려올 줄을 모른다. 습한 더위의 열대야로 에어컨을 켜두고 잠드는 밤이 찾아오면 곧 고갈될 자원을 아낌없이 쓸 수 없는 때도 머지않았다는 자괴감이 든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자원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탓에 성미도 급해졌다.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는 잠깐을 기다리지 못해 금세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틀어놓고 만다. 더위에 지쳐있을 때면 이부자리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것이 최고인 것만 같다. 지구의 시간도 사람의 시간도 점차 고갈되는 시대에 무언가를 되돌아보는 여유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하물며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시간은 어떨까. 어린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지금과 같은 일상은 유지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어린이들은 지금 무엇을 학습해야 할까. 

이덕복·소귀례 씨 부부가 가꾼 생태주의 학습현장

현경면 가입마을에서는 지난해 어느 마을학교가 문을 열었다. 옛 수암초등학교 터에서 <물바위학교>가 활동을 시작한 것. ‘수암(水癌)’을 우리말로 풀어썼다는 물바위학교는 생태주의를 근본으로 삼고 지역성과 종합교육의 가치를 한데 모았다. 학교를 운영하는 이덕복(70)‧소귀례(70) 씨 부부는 연령과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놀이하며 학습할 수 있는 생태적 지역종합학교를 꿈꾼다.

부부는 12년 전 서울에서 무안으로 내려왔다. 오랜 시간 교육계에 몸을 담고 있었기에 대안학교를 설립하기에 마땅한 학교 자리를 찾아다녔다. 2월, 서해안을 따라 내려오던 부부는 가입마을 인근의 갯벌과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한겨울에 눈보라가 치고 그 너머로 서해안의 끝자락이 보였다.

“저희는 이곳을 인근 바다와 좋은 환경을 보고 사들였어요. 원래는 생태 기반의 대안학교를 설립하고 싶었지만, 막상 이곳에 와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동안은 기회가 닿지 않아 학교 설립을 추진하기 어려웠지요. 그러다 작년에 예비 마을학교로 선정이 되었어요. 올해부터는 정식 마을학교로 활동하기 시작했고요.”

운영자 부부의 첫 목표는 생태교육의 첫걸음으로써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부부는 낡은 교사의 시멘트를 모두 걷어내고 불나방들이 갉아먹은 벚나무 가지는 한데 모아 태우며 농약 없이 관리했다. 학교 정원에는 아로니아와 라벤더, 온갖 수목을 심었다.

폐기물과 오염원...무안은 마냥 아름답지 않은 곳

그러나 정착하면서 알게 된 무안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농업폐기물은 올바르게 처리되는 대신 불법투기하기 일쑤였고 농약과 비료를 사용한 토양은 병들어 있었다. 발효가 덜 된 퇴비에서는 지독한 악취가 났고 천혜의 갯벌에마저 쓰레기들이 함부로 버려졌다.

“무안은 자원이 풍부한 데 비해 발전이 조금 더디죠. 누군가가 학교를 찾아왔을 때만 해도 퇴비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바람에 더이상 걸음하기 어려울까 봐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면 ‘유기농업을 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문제는 공동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생태 기반의 지역종합학교에 대한 꿈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부부는 입을 모아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되겠거니’하고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뛰어난 자원을 활용해 관광지를 조성하는 일이나 교육 자원으로 삼는 일, 이는 공동체가 모여서 소통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연령과 직업을 불문하고 모여 교육받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되 근간은 생태주의로 삼자는 것이 부부의 목표다. 농어촌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어린이교육, 다문화교육, 노인교육에서부터 귀농·귀촌교육, 여성농업인교육 등으로 다양할뿐더러 해당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부부는 학교나 학원, 아동센터, 마을학교, 농촌교육농장 등 다양한 교육기관의 역할을 종합한 평생교육이자 생태교육의 장을 추구한다.

“저희가 만들고픈 학교는 365일 문을 열어놓고 누구든지 자신의 마음대로 자연을 배울 수 있는 학교에요. 안전과 같은 기본적인 부분만 저희가 관리하고 나머지는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거죠.”

모든 아이들에게 100점이라고 말해줄 터

그래서 물바위학교는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미술용품에서부터 아동·청소년 동화책 수천 권이 갖춰진 작은 도서관, 전통놀이용품, 작은 정원과 통나무집 등. 특히 정원에 심긴 아로니아는 염색 재료로도 활용된다. 아로니아 염색은 물바위학교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활동으로 여기에는 무엇이든 손과 귀, 눈과 피부로 직접 경험하며 배움을 얻자는 운영자들의 교육 철학이 담겨있다.

“염색을 할 때는 손아귀에 힘을 많이 주고 흔들어야 물이 잘 들어요. 하지만 저희는 모든 아이들에게 자기가 한 것이 100점이라고, 자기가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너는 이렇게 하면 색이 나오지 않으니 더 세게 흔들어’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요.”

때로는 염색약을 손에 묻혀도 보고, 골고루 염색하지 못하기도 하면서 어린이들은 직접 배움을 얻는다. 물바위학교는 어린이들이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서로 다른 체험을 하는 것을 긍정하고 이로부터 공동체를 이루기를 기대한다.

“이곳에서 공동체 생활의 협동 정신을 길렀으면 해요. 무안처럼 환경이 좋은 곳도 흔하지 않은데, 어린이들이 그런 환경을 받아들일 요건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도 학생들과 더욱 소통하고 배우면서 그들이 결국에는 뭘 원하는지를 알아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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