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탄초중교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추진 … 1년도 못 돼 좌초
몽탄학부모, 농촌형 학교마을 설립 요구 … 무안군 농촌학교 회생 방향 찾아야

몽탄 모아작은도서관에서 운영중인 마을학교 프로그램
몽탄 모아작은도서관에서 운영중인 마을학교 프로그램

농촌에서 활력을 불어넣을 핵은 무엇일까? 수십억짜리 건물일까? 수천만원짜리 프로그램일까? 그때그때 주어지는 달콤한 지원금일까? 

우리나라에는 아직 약1000개 이상의 폐교위기에 놓인 작은 학교가 있다. 중소도시에도 있지만 주로 농촌에 몰려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1면 1개교는 유지한다는 게 국가의 교육정책이었지만 이미 지켜지지 않은지 오래고 학생이 없는데 무슨 수로 학교를 유지하는냐는 경제원리에 휘말려 없어지고 어느새 농촌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몽탄초등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0년 몽탄지역에 존립했던 3개 초등학교는 몽탄초등학교로 새롭게 신축돼 통합되었지만 급격한 학생 수 감소는 막을 수 없었다. 

몽탄초등학교에 의하면 몽탄초등학교 학생 수는 2022년 30명대로 추락했다. 중학교를 합하면 겨우 60명 정도다. 몽탄면사무소에 의하면 현재 몽탄면 출생자 수는 제로에 가깝다. 2010년 100명을 넘었던 초등학생 수는 연차적으로 급격하게 감소했고 농촌학교 쇠퇴원인은 지속적인 농업과 농촌의 몰락이었다. 

농업이 몰락하면서 농촌에서 생존할 수 없어진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갔고 농촌은 급격하게 몰락과 함께 고령화가 심각해졌다. 농업 붕괴로 인한 농촌학교의 쇠퇴와 이로 인한 연쇄적인 지역붕괴가 함께 일어났다.

농촌 지역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농촌 지역 교육환경의 소멸로 이어졌다. 몽탄면 소재지에 존재했던 아동 청소년을 위한 학원 분식점 문구점 슈퍼 등이 점차 사라졌고 학교를 제외하고 학생들이 갈 곳은 지역 내에서 완전히 소멸했다.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고령화된 지역사회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본지는 무너져가는 농어촌 지역 작은 학교의 희망을 씨앗을 찾아 몽탄면을 찾았다. 

학부모 돌봄 교육공동체 ‘몽탄모아’

당시 몽탄모아를 주도했던 학부모 A 씨는 “2010년에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혁신학교 남한산초등학교 편을 감명 깊게 보고 당시 주변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교육과 토론을 진행하면서 늘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것이 주말 방학 기간에 학부모 재능기부를 통한 놀이교실이었다”고 밝혔다.

남한산 초등학교를 비롯한 몇몇 혁신학교들의 사례가 전파되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정규수업의 변화와 방과 후 수업의 혁신 바람이 불었다. 전국 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지정 붐(당시 전남교육청은 무지개 학교)이 일었고 농촌 지역 학교들은 앞다투어 방과후 학교 바꾸기에 전력을 다했다. 농촌 지역 학교들은 나름 특색있는 방과후 학교를 진행하면서 인근 도시지역 학생들의 전학을 유도했다. 

몽탄지역 학부모들은 자발적으로 교육공동체를 조직하게 됐다. 목적은 지역에서 교육환경이 사라져 갈 곳을 잃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은 그림, 공예, 물놀이, 전통놀이를 함께하며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협력하면서 재능기부를 통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재능기부를 통한 학부모 참여가 시작되면서 몽탄초중교 방과 후 학교는 점차 바뀌었고 입소문과 언론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몽탄모아가 공식적으로 결성되고 정식 몽탄초등학교 학부모회로 개편되기에 이른다. 전남 지역에서 자모회를 지양했던 교육청을 비롯한 학교들은 앞다투어 학부모회를 조직하고 지원했다. 이후 몽탄모아는 무안모아와 전남모아로 전파되면서 학부모 학교참여사업의 새로운 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 학교와 학부모의 관계문제가 자연스럽게 해명되지 못했고 결국 자립적 교육공동체를 지향했던 몽탄모아 학부모들은 학교 밖으로 옮겨 현 몽탄면 복지회관 2층에 마을도서관인 모아작은도서관을 열게 됐다. 모아작은도서관은 교육청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방과 후 수업과 주말 계절 학교를 책임지는 전남 1호 마을학교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모아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몽탄지역에 학교가 아닌 아동 청소년을 위한 다른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몽탄초중학교 또한 전라남도 교육청 지정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도시지역에서 몽탄으로 꾸준하게 전학이 이어졌다. 학교가 혁신학교라는 측면과 마을의 따뜻한 교육공동체가 대안 교육을 찾는 학부모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마을 학교의 성장발전과 혁신학교 지정에도 불구하고 학교문제는 근본적 변화혁신으로 이어지는 한계는 분명했다. 정규수업의 질적 발전 즉 교사들의 수업혁신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고 다음으로 학교가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속에서 지역민과 마을의 이해관계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몽탄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혁신학교로 지정으로 방과 후 수업을 위한 예산증액으로 다른 학교와 차별적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었지만, 지속적인 변화발전으로 이어지는 한계가 드러났다. 근본적으로 교사혁신이라는 학부모와 지역이 넘지 못할 과제에 봉착했다.

오히려 혁신학교 이후 젊고 의욕 넘치는 교사가 줄고 좋은 분위기(?) 학교를 찾는 나이든 선생님들이 증가하면서 혁신학교라는 의미마저 점차 퇴색해 갔다. 이러한 가운데 현 전라남도 교육청은 혁신학교를 폐지할 방침이다. 몽탄초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과 학부모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통한 교육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농촌 붕괴의 시류를 타고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학교는 점차 쇠퇴해 갔다.”고 당시를 담담하게 회고했다. 

도교육청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추진

2021년 전라남도 교육청은 쇠퇴해 가는 폐교 직전의 농산어촌 초중학교를 상대로 통합을 추진했다. 폐교 직전의 초중학교들이 통합하면 폐교조치를 연장해주는 조건을 제시했다.

통합의 조건으로 시설물을 증·개축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백억 원대 예산을 지원하며 물리적 통합을 추진한 것. 급격한 학생 수 감소로 분교 조치를 목전에 둔 몽탄초중학교의 학부모와 교육당국자들에게는 다른 선택이 불가능해지고 폐교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교육청의 제안을 받아들여 초중학교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를 추진하게 된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과정이 매우 다르고 학생들이 원치 않아 솔직히 통합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학교가 사라진다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통합에 찬성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1년도 못 돼 설계단계에서 실질적 좌초

지난 9월 8일 몽탄초중학교 학부모대표단은 무안교육지원청 김선치 교육장과 면담을 통해 통합운영학교 추진 중단을 제안했다. 무안교육청은 학부모대표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학부모 학생 교직원을 비롯한 교육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하기로 정하고 설문조사를 통한 의견수렴을 실시해 반대 약82%로 사실상 통합운영학교는 무산됐다. 

모아작은도서관장이자 몽탄초 운영위원인 채희성 씨는 “학부모들이 통합운영학교를 반대한 배경은 먼저 통합학교를 위한 시설 증·개축 과정에서 교육청이 처음부터 학부모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들은 부지문제와 관련해 몽탄초 체육관 옆의 새로운 부지 매입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고 현재 안인 유치원과 급식실을 철거한 후 새로운 건물을 짓는 안을 고수했다”며 “또한 교육청이 예측했던 학생 수 감소 추이가 실제 예측과 달리 감소가 아닌 증가로 변화해 통합하지 않아도 자력으로 학교를 지킬 수 있겠다는 학부모들의 판단에서였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2022년 남악 오룡에서 전학생들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교육청의 예측과 달리 초중학교 모두 학생 수가 2022년도에 접어들어 많이 증가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굳이 초중학교를 통합할 이유가 없다.”고 통합학교 무산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선치 무안교육장은 몽탄초중학교 통합 무산과 관련해 “나름 교육청과 지역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무산되어 아쉽지만, 굳이 초중학교 통합을 하지 않고도 학생 수가 늘어나 몽탄지역의 학교를 지키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통합 무산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고 장기적으로 농촌 지역의 작은 학교를 지켜나갈 대안을 모색해 나가자.”고 통합 무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통합은 무산…농촌 작은 학교 희망은 남아

몽탄마을학교장인 모아작은도서관 채희성 관장은 “혁신학교였지만 예산이 증액된 것 이외에 솔직히 학교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본다. 결국, 학교혁신의 문제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몫인데 지역사회 관점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교육을 바꾸는 문제는 정규수업을 혁신하는 문제와 방과 후 수업을 비롯한 돌봄을 바꾸는 문제라 본다. 정규수업은 학교의 몫이고 방과 후 수업 및 돌봄은 마을과 지역의 몫이다”고 밝혔다. 

이어 “모아작은도서관은 방과 후 수업을 학교 운영 체제에서 마을학교를 비롯한 지역사회에 이관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것을 통해 선생님들은 정규수업을 질적으로 혁신하고 방과 후 수업은 지역과 마을이 책임지고 실정에 맞게 놀이적 돌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고 “방과 후 수업을 마을과 지역으로 이관하려면 교육청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점이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전라북도 완주군의 사례처럼 교육청과 지자체 차원에서 공간문제와 함께 최소한의 행정 사무인력 지원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교육청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몽탄면 심각한 소멸위기지역…지역소멸 예정된 미래 

모아작은도서관의 운영진 중 한 명인 학부모 B 씨는 “학교와 마을의 관계에서 과거에는 마을이 학교를 품어 안았다면 이제는 학교가 마을을 품어 안아야 한다. 과거 마을은 학생을 배출해 학교를 만들고 지켰지만, 지금 농촌 지역 마을은 이제는 학교를 만들 수도 지킬 수도 없다”며 “오히려 역으로 학교가 마을을 품어 안고 지역을 새롭게 변모시켜 나가는 중이다.

가까운 해남 북일면은 민관학공동의 노력으로 학교살리기운동을 전개했다. 마을 빈집을 리모델링해 농촌교육을 희망하는 귀농 귀촌인들에게 제공하고 학부모들의 일자리를 알선하면서 도시에서 전학 온 가정이 많이 증가하고 폐교 직전의 학교가 다시 살아났다. 이를 통해 지역 회생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국에 이러한 사례들이 차고 넘친다.”고 농촌학교 회생의 방향을 제시했다. 

농촌형 학교마을 군수의 의지가 절실

지난해 몽탄면 초중학교 학부모들은 김산 무안군수를 면담하고 몽탄소재지 인근에 일명 ‘농촌형 학교마을 설립’을 요구했다. 소재지 인근에 약 30호 정도의 학교마을을 신축해 농촌 이주를 희망하는 가정에 장기 임대하자는 사업이었다. 당시 면담과정에서 김산 무안군수는 좋은 방안이라며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입장표명이 없다. 
남악에서 전학을 온 학부모 C 씨는 “주변에 많은 이들이 도시교육보다는 농촌교육과 작은 학교를 희망하고 있는데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 무안군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충북 괴산을 비롯하여 경남 등지에서 LH와 지자체가 함께 다양한 형태의 학교마을 설립된 사례를 알고 있다.

주거문제를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주면서 학교가 살아나고 지역이 살아난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은데 이점을 무안군이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학교마을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아작은도서관 채희성 관장은 ”무안군과 무안군의회에 내년도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빈집을 리모델링 해 농촌교육을 희망하는 가정에 저렴하게 장기임대해 주자는 취지다. 학교마을 설립을 요구했지만 현 군수가 묵묵부답이어서 차선책으로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요구했다“며 답답함과 함께 절박함을 전했다. 

무안군청의 한 관계자는 ”빈집 리모델링 사업은 당장 예산상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주거문제 해결의 대안은 아니다. 빈집 주인들이 장기임대를 원치 않아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분명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행정이 농촌 회생 측면에서 청년주거문제 해결과 교육복지 측면에서 새로운 학교마을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농업을 통한 농촌 회생이 불가능해진 현재 농촌교육을 통한 농촌 회생은 또 다른 대안이다. 무안군은 남악신도시 개발로 매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농촌 지역은 소멸로 치닫고 있다. 농촌을 지킬 희망의 씨앗은 남아 있다. 문제는 씨앗을 싹 틔우고 키우는 행정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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