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무안에 희망을 심다 – 청계 한사랑농원 한영만 대표
낮엔 농사, 밤엔 합창단 지휘 … 음악을 매개로 농촌에 안착

 청계 한사랑농원 한영만 대표
 청계 한사랑농원 한영만 대표

중국에서 부친 병환으로 잠시 귀국 
청계면•공무원 합창단 이끌며 귀농

학생들을 가르치던 성악가가 고향으로 돌아와 낮엔 농사, 밤에는 합창단을 지휘하며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펼치는 이가 있다. 무안에서 유기농 고구마를 재배하며 손꼽히는 성공 귀농인으로 탈바꿈한 한사랑농원 한영만(55) 대표.

신학대 성악과 출신으로 졸업 후 중국으로 건너가 2014년까지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지휘자로 활동하던 한 대표를 고향으로 불러들인 것은 다름 아닌 부친의 병환 때문이었다. 

2014년 임종을 지키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아들하고 6개월 만이라도 같이 살고 싶다”는 아버지 말에 잠시 무안 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 병간호를 하고 무안군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주위에 음악 전공 사실이 알려지자 청계면 합창단과 무안군청 공무원 신우회 합창단의 부탁이 들어왔고 이들을 가르쳤기 시작했다.

한 대표 덕에 청계면 합창단은 연꽃 축제 합창대회 우승, 신우회 합창단은 전남대회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따내기도 했다. 

그 무렵 청계면 합창단 단원인 ‘해야농장’ 김기주 대표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무안에서 유기농 고구마 농사로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김 대표는 병간호를 하던 한 대표에게 “놀면 뭐하냐”며 고구마 농사를 제안했다. 

“삽 쥐는 법도, 트랙터 운전하는 방법도 제대로 몰랐던 제가 1년 정도를 해야농장에서 일하며 유기농 고구마 재배에 대한 지식을 쌓았어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느 정도 농촌생활이 몸에 배이고 나니 농사를 지어도 되겠다는 자신이 생겨 후계농 자금을 통해 농지를 구입한 후 제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농사는 역시 쉽지 않았다.
해야농장에 발 딛기 전까지 흙이라고는 만져본 적도 없었던 데다 고구마 농사 특성상 많은 시설과 농기계가 필요했고, 친환경 재배를 위한 잡초제거에는 많은 인건비까지 들어 굉장히 힘들었다는 한 대표. 

“김기주 대표님의 도움은 아무것도 모르던 저에게 절대적이었습니다. 고구마 재배의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셨죠. 이분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행운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 될 거에요.”

로컬푸드 직매장 집중공략 
무안, 목포, 광주 8군데 납품 

한 대표는 농지를 임대해 규모를 키워나갔고, 품질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자 무안군 내 로컬푸드 매장을 중심으로 유기농 고구마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삼향농협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처음 생겼을 무렵 교육을 받고 고구마를 납품하기 시작했어요. 로컬푸드 직매장만의 장점은 판매가 좋고 결제가 좋아요. 하지만 단점은 매일 소량을 가지고 가야한다는 겁니다. 많은 업체가 도전을 하지만 소량을 팔기 위해 매일같이 일정한 거리를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아요. 인건비조차 나오질 않는 거죠. 그래서 결국 포기하거든요. 저는 오히려 집중공략을 한 셈이죠. 다른 업체가 일주일에 한 번 온다면 저는 매일같이 소량을 갖다 놓은 거죠”

한 대표의 이러한 노력으로 목포·무안지역 5곳의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을 하면서 고구마 판매량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광주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3곳에 고구마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유기농 고구마는 저희밖에 없는 것도 장점인 것 같습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고구마는 다행히 최소한의 양분만을 필요로 하고 새 땅에서 더욱 잘되거든요. 저의 경우는 되도록 연작을 하지 않아요. 타 업체에 비하면 수확은 당연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병이 생기면 약을 뿌리면 되는 데 저희는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한 대표가 8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하루 매출 목표량은 150만원 정도다. 지금까지는 목표량에 비슷하게 나오고 있고 1년 순이익만 1억원이 훌쩍 넘어선다. 

음악가로서 활동영역 넓히고 싶어 

“제 본업인 음악가로서 좀 더 활동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이제 고구마 농사는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시간을 좀 더 줄여서 제가 거들어 주는 정도로만 하고 소소한 연주를 하면서 문화적인 접근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부터 함평군합창단과 함평노인복지관의 ‘시니어 합창단’을 이끌며 낮에는 고구마 농사를 밤에는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한 대표.

“제 아들도 저처럼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어요. 몇 년 전에는 현경에서 아들과 아들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작은 음악회도 개최했었습니다. 앞으로도 소규모일지라도 작은 음악회를 여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서 사람들이 모여들 농촌을 고대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황토 땅을 골라 유기농 고구마를 재배하는 농부 한영만의 일상은 계속되지만  그가 잠시 가슴 한 켠에 제쳐뒀던 ‘음악가’로서의 꿈을 무안에서 서서히 펼칠 그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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