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성 모아작은도서관장

채희성 모아작은도서관장
채희성 모아작은도서관장

나의 무안군 몽탄면 귀촌 생활은 9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가족의 건강 문제를 고려하여 이사를 왔기 때문에 농사 등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한 경제활동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농사를 짓지 않으니 마을 어르신들 또는 지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만 하는 동기가 부족했다. 그러나 두 번의 사계절을 경험하고 나니 농부들의 삶도 보이고 마을 어르신들의 일상도 보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을이 나에게 주고 있던 수많은 혜택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역에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특히 귀촌인)에게 있어 흔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지역민들의 입장에서는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겠지만 이주민들에게 있어 관찰의 시간은 지역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지역민들의 삶도 마을과 지역의 고마움도 알게 되었지만 지역과 소통할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몽탄에는 지역민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마트나 정기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유입된 사람들이 지역의 경제·문화·사회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역민과의 잦은 만남의 시간이 필요하다. 소통의 공간이 되는 마트, 시장 등을 통해서 지역민과 자주 교류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지역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도 알리게 되고 지역의 정보도 얻게 된다. 각 지역은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자주 왕래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장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나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지역에 기여할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에 새롭게 유입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커뮤니티 공간이나 조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자녀가 학교에 입학만 하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조직인 초등학교 학부모회를 통해 지역민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잘 보이지 않았던 열린 공간인 모아작은도서관 그리고 몽탄마을학교가 나타났고 그 곳에서 지역을 위해 쓰일 나의 역할을 찾게 되었다. 

도서관과 마을학교라는 열린 공간과 조직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나의 능력과 재능을 사용해 지역에 기여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도서관과 마을학교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많은 분들 중에는 새롭게 지역에 유입되신 분들도 있고 인근 신도시에 거주하지만 자녀들을 몽탄 지역 학교에 보내시는 학부모님들도 있다. 그 분들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마을학교와 작은도서관을 통해서 몽탄 지역에 기여할 경로를 확보하였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여 몽탄의 교육·문화 측면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유입되어야 한다. 동아리·평생교육 활동, 도서관·복지회관 같은 시설을 통해서 모든 주민들이 지역 내 작은 커뮤니티 조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열어두고 그것을 통해서 지역 활동의 첫 걸음을 내딛도록 지원해야 한다. 새로 지역에 유입된 사람들(특히 귀촌인)은 경제 문제를 지역의 틀 안에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경제적·문화적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이주민들을 지역의 사람으로 쓰이게 하려면 그들이 손쉽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공간과 커뮤니티 조직이 지역 내에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농촌 지역의 현실은 점점 더 폐쇄적이고 닫힌 조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맥 또는 조직에 더욱 몰입되고 있다. 농촌 지역의 이러한 상황은 사회 발전 속도의 증가로 인해 발생되는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의 문화적·사회적 괴리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비단 어디가 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두 집단 사이의 인식의 차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주민들이 마을과 지역에 적응하고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를 열어두어야 하며 소통을 통해 자연스레 지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동시에 지역은 이주민들과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해 새로운 변화의 한 걸음을 나아가야 한다. 지역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역이 수행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지역민들이 늘 접촉할 수 있는 규모 있는 마트나 정기적인 시장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조직을 갖추는 것이다.

무안의 농촌 지역에는 열린 공간과 조직을 만들어 내려는 재능 넘치는 활동가들과 젊은이들이 많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다양하게 제공해주고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지켜봐주자. 인구 소멸 시대에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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