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김 진 목포장애인요양원 원장

김 진 목포장애인요양원 원장
김 진 목포장애인요양원 원장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2000년 경진년 “백룡”의 해와 달라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입사 4년차를 맞이했던 2000년, 장애인들과 원외 활동을 진행할 만한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전전긍긍 하던 때이다. 

장애인들과 함께 대중목욕탕을 이용하려 할 때면, 먼저 전화를 걸어 이용이 가능한지, 몇 시에 가면 되는지, 몇 명이 가도 되는지 사전에 모든 협의가 되어야 했다. 외식을 한번 할 때에도 영화를 보러 갈 때에도 언제나 사전에 협의를 하고 가야 불편한 시선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장애인들의 이동과 관련된 것도 미리 고민해야하는 요소였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려면 사전답사가 필수였다. 휠체어를 이용한 여행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했다. 식당은 입식인지 좌식인지, 화장실의 위치가 어디이고 화장실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도 미리 살펴야 했다. 

이 밖에도 많은 사전 체크 사항이 있었고 모든 조건이 만족되면 그제야 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장애인의 성교육을 주제로 교육을 받던 어느 날, 시각장애인이었던 강사가 본인의 경험담을 전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장애인인 제가 택시를 타면 결혼을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를 꼭 물어봅니다. 강사의 그 말은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있다. 

오늘 2024년 청룡의 해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을까? 
2024년에는 목욕탕에 사전에 전화를 하지 않고 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목욕탕에 가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혹여나 미끄러질까 염려하여 손도 잡아 주시고 문도 열어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외식을 갈 때면 언제나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준다. 포크나 가위 등 필요한 도구를 미리 확인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기차를 타면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도록 전용좌석으로 안내도 해주고 기차역에서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이동할 수 도 있다. 

대부분의 관광지에서는 휠체어 이동 경로가 설치되어 있고 남녀가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과 2024년의 차이, 오늘날 우리는 2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엄청나게 향상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경험하고 있다.

이렇게 개선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화해야 하는 요소들이 남아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법을 억지로 지키기 위해 구색만 맞춘 휠체어 이동경로, 시각장애인 안내표지, 이동하기에 너무 먼 장애인 화장실 등이 여전히 너무 많다. 

또한 목포시와 무안군을 이어주는 좌석버스 등 많은 대중교통 수단에 아직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탑승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는 분명히 성장했다.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름에 대해 차별하기 보다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이 세상의 발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를 위한 길이며 그것이 또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갑진년 새해, 우리 무안군민들 모두 조금 더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그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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