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7시간 걸려 배웠다” vs. “누구에게도 전수한 적 없어...3대째 가업”
‘서울 3대 고깃집’ 몽탄 이름도, 짚불구이 조리방식도, 향의 정체성도 똑같아
‘몽탄’ 이름 앞에 “무안군은 지워졌다”

몽탄 브랜드 사진/몽탄 공식홈페이지
몽탄 브랜드 사진/몽탄 공식홈페이지

2018년 서울의 한 사업가는 무안군 몽탄면의 돼지짚불구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 고깃집 '몽탄'을 차렸다. 메뉴는 짚불구이 향을 특색으로 한 소갈비와 짚불 삼겹살이었다.

현재 '서울 3대 고깃집'에 이름을 당당히 올린 브랜드 '몽탄'의 이야기다.

센스 있는 안목과 섬세한 사업감각으로 개업 4년만에 줄 서서 먹는 고깃집으로 이름을 알리고 월 매출 '6억 5천만 원을 달성한 사업가는 유명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기 향에 대해 고민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몽탄을 열게 된 배경을 밝혔다.

몽탄 고깃집 짚불구이 사진/몽탄 공식홈페이지
몽탄 고깃집 짚불구이 사진/몽탄 공식홈페이지

그러면서 그 사업가는 "그렇게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에 이르러서 짚불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문화를 발견하고 왕복 7시간을 운전해 현지 식당에서 조리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몽탄의 짚불구이 방식과 향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열정적인 사업가의 인터뷰 내용을 두고 세간에는 무안군이 '몽탄'이라는 이름도 '고기 짚불구이와 향'의 정체성도 "눈 뜨고 코 베이듯 빼앗긴 것"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서울 사업가가 인터뷰에서 '왕복 7시간 운전해 배우고 다녔다' 언급했던 실제 몽탄면 짚불구이 고깃집이 입장을 밝히면서다.

전국 최초로 돼지짚불구이를 판매한 원조 짚불구이 고깃집 '두암식당(무안군 몽탄면)' 직원은 "서울의 그 식당 사장님은 우리 사장님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위치한 두암식당 사진.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위치한 두암식당 사진.

그는 이어 "매체 인터뷰를 보니까 우리로부터 전수받았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항변했다.

덧붙여 "우리 가게는 3대째 한 가족이 이어오고 있는 가업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짚불구이를 전수한 적도, 알려준 적도 없다"며 매체를 통해 돌고있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원조 짚불구이 고깃집 직원은 "정말 그 브랜드가 우리 가게와 관련이 있다면 저희가 갔을 때 아는 척을 하셔야 맞지 않겠냐"며 대면했을 당시 겪은 사실을 들어 황당함을 누차 표출했다.

몽탄 고깃집 전경 사진/몽탄 공식홈페이지
몽탄 고깃집 전경 사진/몽탄 공식홈페이지

본지가 취재차 인터뷰 내용을 게재한 매체에 논란이 되는 내용의 사실확인 여부를 묻자 해당 매체는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몽탄' 브랜드에 직접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본지는 일주일에 걸쳐 연락을 7차례 시도했으나 매번 곧 답을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 두암식당 짚불구이 조리 사진.
전남 무안군 몽탄면 두암식당 짚불구이 조리 사진.

유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몽탄 대표는 브랜드 고유의 향으로 '몽탄면 짚불구이 향'을 택했으며 그 선택으로 인해 몽탄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게 되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브랜드 대표가 사업확장을 위해 '몽탄 짚불향'을 선택하기 이전에, 풍년을 기원하며 볏짚 위에서 음식을 해먹던 무안 지역의 전통이 있었다.

또 옛날 곡식을 보관하던 몽탄면 사창(社倉)역 앞에는 우리 전통을 이어 볏짚 삼겹살 구이를 구현해낸 원조 향토음식점이 있었다.

볏짚특유의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 고소한 맛을 자아내는 몽탄면의 짚불구이는 73년 전 등장해 여태껏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존재해왔다.

무안군 사창리에 위치한 복원된 사창역 모습. 곡식창고로 쓰였던 사창
무안군 사창리에 위치한 복원된 사창역 모습. 이 곳엔 옛날 곡식을 보관하던 사창이 위치했었다.

그리고 지금. 무안의 5미()중 하나였던 몽탄면의 돼지짚불구이는 더 이상 포털에 몽탄을 검색한다고 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게 되었다. 원조가 숨겨진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 포털에 몽탄을 검색하면 '무안군 몽탄(夢灘)면'이 아니라 서울 고깃집 '몽탄(夢炭)'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꿈에서 건넌 여울'이라는 몽탄 지명의 의미와 달리 고깃집 몽탄은 '여울 탄' 자를 '숯 탄'으로 바꾸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지만 같은 발음의 이름 앞에 전라도의 작은 면 지역 이름은 포털에서 발견이 어렵게 되었다.

무안군이 '몽탄'이라는 지명과 '고기 짚불구이'라는 조리방식, 그리고 그것이 지니는 '향'과 상징성까지 서울 유명 맛집에 빼앗긴 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위치한 두암식당 전경 사진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위치한 두암식당 전경 사진

이 같은 상황에 원조 짚불구이 고깃집 두암식당 나승대 사장(3대)은 "저와 관련 없는 곳에서 저희 가게를 언급해주시니 처음에 당황했다"면서 "(인터뷰 내용을) 손님들이 말씀해주셔서 알게 되었다. 모티브 얻었다는 내용까지는 듣고 그러려니 했는데 저희 집이 3대에 걸쳐 73년째 이어오는 가업이라, 다른 곳에 전수했다는 인터뷰 내용은 말이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 두암식당의 짚불 삼겹살 사진.
전남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 두암식당의 짚불 삼겹살 사진.

두암식당 나승대 사장에 이어 서울맛집 '몽탄'의 소식에 제일 아쉬움을 표출하는 것은 지역민들이다.

몽탄면에 거주하는 A씨(52)는 "선조가 남겨준 우리마을의 좋은 이름을 타지역 사업가가 가져다 쓸 동안 우리 무안군과 지역민들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쉽다"고 밝히며 "이름이든 음식이든 자원은 차고 넘치지만 우리 지역이 활용하고 발전시킬 줄 모르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다"고 누차 아쉬움을 내비쳤다.

무안군이 적극적으로 몽탄면 짚불구이를 보호, 발전 시켰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안 짚불구이에 사용되는 볏짚 사진
무안 짚불구이에 사용되는 볏짚 사진

또 다른 몽탄면 거주 B씨(46)도 "몽탄면에 살면서 몽탄 짚불구이는 오랫동안 같이 해온 음식"이라면서 "이제는 인터넷에 몽탄 짚불구이 검색해도 우리 지역 음식이 안 나온다는 게 섭섭하다"며 허탈감을 표했다.

무안군 벼 추수 사진/무안군
무안군 벼 추수 사진/무안군

무안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 뿐만 아니라 무안 지명도 함께 빼앗겼다는 여론이 지역에서 형성되면서 일각에서는 "또 한번 지역소멸의 그늘이 드리운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의 지명이 결국 서울의 한 고깃집 브랜드명으로 둔갑된 것이 마치 지방소멸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웃지못할 비유이다.

몽탄 브랜드 사진/몽탄 공식 SNS
몽탄 브랜드 사진/몽탄 공식 SNS

서울 3대 고기 맛집의 반열에 오른 '몽탄(夢炭)'은 상품적 가치를 알아본 센스 있는 안목에 섬세한 사업적 고민이 더해져 탄생한 브랜드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능력있는 사업가가 알아본 그 '짚불구이'의 역사는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시작했다는 사실 또한 변치 않는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지명과 지역의 향을 담은 향토음식이 큰 규모의 사업 앞에서 지워진 것에 지역민들은 아쉽기 그지 없다.

무안군 몽탄면 짚불구이 사진/무안군
무안군 몽탄면 짚불구이 사진/무안군

짚불의 불맛과 훈연된 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무안 5미(味) 짚불구이 삼겹살처럼, 지역 본연의 '향(香)'이 지워지거나 숨겨지지 않고 고스란히 역사와 전통을 이어 후세에도 음미될 수 있기를 지역민들은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무안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