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출생휴가 의무화·육아동료수당·결혼,출산 시 1억 무이자 대출·아동수당지급’ 등 공약 쏟아졌다
‘치적(治績) 강조하고 상대 물어뜯느라’ 저출생엔 소홀한 후보들
“그 공약으론 아무도 애 안 낳을 것”...근본적 고민 없는 공약에 싸늘해진 청년여론
저출생 ‘근본적 원인’ 고민하는 제3지대 소수당의 파동에 주목해볼만 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그래프(1970~2023)/통계청 제공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그래프(1970~2023)/통계청 제공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매일같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제 22대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여야는 치열하게 저출생 대책 공약을 발표·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공약이 '근본적으로' 저출생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한 결과물이 맞냐는 비판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이나 근로자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등이 여야 공약집에 공통적으로 담겨있기는 하나, 기존 터져나왔던 문제인식 수준에서 그치고 있을 뿐 현재의 출산율 하락세를 막기에 해결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여야가 본인들의 치적(治績)을 강조하고 이어지는 사업 등의 비전을 발표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느라 위기로 언급되는 저출생 현상 극복 공약에는 소홀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소멸위기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로서 여야의 저출생 공약을 정리하고 주권을 쥔 국민으로서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고민할 시간이다.

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 비교 그래프/통계청 제공
OECD 회원국 합계출산율 비교 그래프/통계청 제공

여당과 야당의 공통적인 저출생 공약은?

일단 여야 모두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은 인구부, 더불어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를 만들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원인으로 성차별적 근로환경이나 고용 불안정을 의식한 듯 양당은 출산·육아휴직 제도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여당은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만으로 자동 개시하도록 법을 바꾸고, '아빠 1개월 출산휴가'를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다.

제 1야당 더불어민주당도 육아휴직 신청 시 자동 휴직이 되도록 하겠다며 남성의 육아휴직을 강화하고, 출산 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하겠다고도 공약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에게는 50만원 가량의 워라밸 프리미엄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한 단계 나아가 두 당은 모두 비임금 근로자들에게도 이 같은 제도를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취업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출산·육아급여를 보장하겠다고, 국민의힘은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경우도 일·가정 양립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컨트롤타워와 육아휴직제도 등을 강화하겠다는 여야의 공통적인 입장은 기존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의 일부 진전'이 보이는 대목이다.

45세 미만 연령층 출산율 그래프/통계청 제공
45세 미만 연령층 출산율 그래프/통계청 제공

여당과 야당의 차별적인 저출생 공약은?

여야의 저출생 대책 공약은 차이점도 확연하다.

여당은 부모가 육아휴직을 좀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아휴직 동료의 업무를 대행하는 '육아 동료수당'을 신설하는 한편, 중소기업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을 대폭 확대하고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은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등 육아휴직 기업을 지원해주는 안을 공약했다.

국민의 힘 저출생 공약 중 일부/국민의 힘 제공
국민의 힘 저출생 공약 중 일부/국민의 힘 제공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기존 제도들의 소득분위조건을 완화시키고 아이를 낳는 청년세대에 금전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결혼하는 부부에게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가구당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주고 이후 낳는 자녀수에 따라 이자나 원금 등을 금전지원 해주겠다든지, 8~17세 자녀에 월 2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겠다든지, 출생 후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아이가 크면 독립비용으로 쓰도록 정부가 월 10만원씩 펀드 적립을 해주겠다든지 하는 내용의 '현금지원 정책'을 내건 것이 눈에 띈다.

민주당은 주거대책도 공약했다. 2명을 출산하면 24평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3명을 출산하면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주거대책 공약의 경우 청년들이 원하는 위치에 공공임대를 하지 않는 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된 여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저출생 총선 공약 중 일부/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저출생 총선 공약 중 일부/더불어민주당 제공

여야, 저출생 극복 위해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 고민했나?

하지만 이렇게 양당이 저출생 대책이라고 각각 1호, 4호로 발표한 '선심성 공약'으로는 하락하고 있는 출산율 그래프를 반전시키기에 턱도 없다는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저출산의 핵심은 '포기하고 있는 청년들의 문제'인데 거대 정당은 청년의 문제는 외면하고 가족을 구성한 이후의 '가정의 문제'만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발표된 공약에는 청년세대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것.

청년 A씨는 "돈 없어서 아이 안 낳는 줄 아는 것 같다"면서 "그런 공약으로는 아무도 애를 안 낳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아이를 낳아도 각종 불평등과 극심한 경쟁, 서열화로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사회인 것이 문제다"라며 공약에 사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양당을 비판했다.

국민의 힘 저출생 공약
국민의 힘이 발표한 저출생 공약 중 일부/국민의 힘 제공

일각에서는 근본적 대책을 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과 근로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근로시간, 임금 등 근로환경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지금의 하락세를 반전시키기는 힘들다는 것.

청년 B씨는 "육아휴직을 쓰게 해줘도 어차피 생활비가 부족하고 휴직하는 동안 실적 못 쌓아서 승진이 늦어진다"면서 "아이가 1년만 키운다고 다 크는 것도 아니고 정작 부모의 수고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태어나고 1년이 지난 시점부터다"고 주장하며 육아휴직 제도 정비가 청년이 출산하고 싶어지는 근본적 대책이 아님을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10대 공약집에 발표된 저출생 공약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10대 공약집에 발표된 저출생 공약 /더불어민주당 제공

제 3지대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 소수당의 공약은?

거대 정당과 달리 제 3지대 소수당에서는 저출생의 근본적 원인을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기도 한다.

청년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지난 2월 24일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불평등"이라면서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실은 암담한 청년 세대의 비명이자, 불안정한 일자리와 보장받지 못한 재생산권이 만드는 불평등의 결과물이다"고 원인을 짚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정책 방향의 획기적인 선회가 필요하다. 청년지원, 성평등, 지역균형발전, 돌봄과 교육지원 정책강화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녹색정의당 저출생 공약 일부/녹색정의당 제공
녹색정의당 저출생 공약 일부/녹색정의당 제공

녹색정의당의 저출생 5대 핵심 정책으로는 혼인·동거 뒤 10년 이내, 10세 미만 아동 있는 가구에 공공주택·주거지원비 제공하는 10년+10년 집 걱정 해소 임신·출산 소요 의료비 전액지원 등 임신·출산 사회책임제로 무상 임신출생 실현 자동육아휴직제 도입 등 눈치 안 보고 사용가능한 육아휴직, 성평등 돌봄 온전한 주 4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생활 조화 국가책임 돌봄과 유보통합 등으로 사교육비 경감이 있다.

청년진보당, 거대정당의 저출생 공약 비판 기자회견 사진/진보당 제공
청년진보당, 거대정당의 저출생 공약 비판 기자회견 사진/진보당 제공

진보당의 경우 저출생 공약을 공약집에 별도로 분류하지 않았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측면의 불평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래서 진보당은 윤석열 심판, 가계부채, 불평등, 교육, 기후위기, 지역경제, 전국민 4대보험, 돌봄, 주거권, 인권에 따라서만 항목별 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교육 항목에 있어서 진보당은 현행 입시제도 폐지와 대학서열화 타파 등 교육혁명을 시작할 것을 공약했으며 학교자치위원회 설치, 취업시 학력·학벌차별금지와 함께 학교 '노동교육' 의무화로 인간중심·노동중심 철학 반영 국가교육과정 강화 등 진보적인 정책을 내보이며 "교육이 경쟁사회를 부추기고 학생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일 없도록 교육 불평등 해소로 모든 청년들의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년진보당, 거대정당의 저출생 공약 비판 기자회견 사진/진보당 제공
청년진보당, 거대정당의 저출생 공약 비판 기자회견 사진/진보당 제공

한편 지난 1월 26일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는 "'일단 낳으면 주겠다' 식의 정책이 아니라 청년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거대정당의 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교육에서의 무한경쟁, 불안하고 불량한 일자리, 사기걱정부터 해야하는 주거불안, 만연한 성차별과 당연한 경력단절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주 4일제의 전면 확대, 누구나 '월300시대'를 열고, 대학서열화를 폐지하겠다. 전국민 4대보험을 적용하고, 돌봄국가책임 시대를 열겠다"고 몇몇 공약을 정리해 발표했다.

지역별 출생률 지도/통계청 제공
지역별 출생률 지도/통계청 제공

총선을 23일 앞둔 현재, 유권자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인물 중심의 선거를 치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여당과 제 1야당 핵심 후보들의 사건사고 발표가 끊이질 않고 상대 후보에 대한 자극적인 '물어뜯기식 비난'이 매체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물론 중앙당에서조차 정책선거보다는 인물중심선거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본인들의 치적(治績)과 공로를 강조하고 이어지는 사업 등의 비전을 발표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느라 혹은 상대 후보의 과거 잘못을 찾아 비난하는 데에만 온 힘을 쏟고있느라 정작 위기로 언급되는 저출생 현상 극복 공약에는 소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4일 호남에서 최초로 치러진 윤석열 대통령의 스무 번째 민생토론회 사진/대통령실 제공
지난 14일 호남에서 최초로 치러진 윤석열 대통령의 스무 번째 민생토론회 사진/대통령실 제공

그렇다면 지금 우리 유권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심각해지는 저출생으로 나라는 위기에 빠졌다. 지역 소멸 위기는 더욱 심하다. 밤낮으로 지역 SOC 사업 노력만을 강조하는 정당과 후보들에게 우리나라와 지역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저출생 공약을 되물어야 할 시간이다.

또 제 3지대 소수당이 정책으로써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거대정당을 견제하는 파동을 일으키는 것에 주목해볼 시간이다.

우리 유권자는 각 당의 공약을 따져보고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있다.

정책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주인된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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