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가해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 적용, 피해자에겐 '좌천 징계'
전남교육청『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사안 대응 업무 지침』에 충실하지 않아
'애완동물 사육' 등 시대역행적 규정 근거해 피해교사 징계 논란 이어져

전라남도교육청.
전라남도교육청.

전남도교육청이 학교 내 성추행 및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진행했다는 가해자 두둔 영전 전보, 피해자 좌천징계의 황당한 인사조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사안 대응 업무 지침에 근거해 지난해 하반기 고흥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 내 동료 교사들을 상대로 한 40A교사의 성추행 및 성희롱 의혹 혐의에 대해 자체 조사했다.

그러나 전남교육청은 자체 조사 후 교내 성고충심의위원회를 개최해 40A교사의 성추행 및 성희롱 혐의를 모두 인정했음에도, 해당 학교와 도교육청이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비롯한 어떠한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학생 피해의혹까지 불거졌지만 해당 학교는 성희롱 피해 학생 2명이 처음 피해사실 공개 때와 달리 문제 삼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해 학교자체 절차진행과 수사기관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남도교육청은 가해자인 A교사의 전보 요구를 받아들여 무안의 한 고등학교로 31일 자 인사 조치했다.

이번 인사에서 도교육청이 내세운 인사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이었다. 도교육청은 수사기관에서 혐의입증이 안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자체조사에서 성추행·성희롱 가해자로 인정하고도 가해교사의 요구대로 인사 조치했다.

하지만 14A교사를 수사 중인 고흥경찰서가 A교사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기소의견 검찰 송치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 대응지침에 따라 A교사를 직위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A교사는 휴직 의사를 밝혔지만 도교육청에 휴직 신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이 이번 인사규정에 적용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해 향후 논란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추행·성희롱 사건에서 학교 내 성추행·성희롱 사안 대응 업무 지침에 따라 진행된 도교육청의 자체조사와 교내 성고충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월 7일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은 "성추행 가해 교사와 폭력 교장은 두둔하고, 피해 교사들에게만 징계를 가한 전남도교육청을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남도내 소재 여성 단체 관계자 K씨는 도교육청 방침대로라면 인사규정에도 적용되지 않고 어차피 수사기관을 통해 진의 여부를 가릴 사안에 대해, 학교나 교육청이 사전 개입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학교 내 성추행·성희롱 사안 대응 업무 지침을 왜 따르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자체조사에서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인정됐지만 교직원 사이에 진행된 사건의 경우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안이 아닐 시에 수사기관 신고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의뢰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가해자 A교사의 전보 인사규정에 자체조사 결과를 적용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의 황당한 인사규정 적용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교내 성추행·성희롱 사건의 실질적 최고 책임자인 고흥 소재 고등학교의 D교장은 사건의 실체가 자체 조사에서 밝혀진 이후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지난 해 성추행·성희롱 사건과 연계된, D교장에 의한 교사폭행 사건이 같은 학교 교장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D교장은 A교사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 피해를 입은 교사로 확인된 B교사를 상대로 '특수협박과 폭행혐의'를 가했다는 사실이 경찰조사 과정에서 입증되어 검찰로 기소의견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D교장은 성추행 사건에 대한 피해자 보호 및 격리조치에 앞서 피해자인 B교사를 교장실로 불러들여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협박 및 폭행을 가한 것으로 경찰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

그럼에도 도교육청은 D교장의 교사 폭행으로 인한 검찰 송치를 인지하고도 징계없이 광양소재 H고등학교로 3월 1일자 인사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도교육청은 D교장에 대해서는 '교사 폭행 및 특수협박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내 발생 폭력사건의 경우 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와야 감사에 착수 징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도교육청 인사가 징계보다는 영전인사에 가깝다는 지적에 그 관계자는 정상적인 인사이지 영전 인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의 황당한 인사는 계속 이어졌다. 

도교육청은 고흥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31일 자로 총 4명을 인사조치 했다. 여기에는 D교장과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A교사, 그리고 성범죄 사건 피해자로 확인된 2명의 피해교사가 포함되었다.

도교육청은 2명의 피해교사 중 한 명은 해남소재 특성화 고등학교, 또 한 명은 목포 소재 특성화 고등학교로 인사 조치했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로 확인되었던 두 교사에 대해 보호 대신 '징계 및 좌천성 인사'를 단행한 것.

전남도교육청은 성범죄 피해자로 인정된 B교사에 대한 행정처분의 이유로 ‘CCTV무단열람, 기숙사 내 교사 관사 음주 행위, 애완동물 사육’을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은 1월 31일 경고 행정처분 하고 2월 1일 자로 곧바로 당사자들에게 전보 통보했다.

피해자로 인정된 2명의 교사에 대한 징계과정은 A교사나 D교장에 대한 대응과 뚜렷하게 대조되었다.

특히, 피해를 입은 두 교사에 대한 징계과정은 한 달이 걸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는데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학부모 민원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피해교사들에게 전보인사의 목적으로 의도적 징계를 가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피해교사들의 경고 처분 혐의 내용의 대부분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확인된 A교사가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도교육청의 징계 조치가 형평성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형평성을 잃은 것이 아니고 학부모들의 민원에 따른 감사와 그에 따른 결과였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또 다른 피해교사 C교사에게는 ‘기숙사 내 교사 관사 음주 행위, 애완동물 사육’을 경고 징계 사유로 삼았다.

하지만 이 같은 도교육청의 징계는 근거로 드는 규정내용과 시대착오적 표현으로 인해 논란이 예상된다. 도교육청의 징계 내용이 '교사에 대한 지나친 사생활 침해'와 함께 '시대착오적 표현방식과 규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남도교육청이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 사육이라는 표현을 포함한, 시대역행적 학교관사 생활규정을 근거로 피해교사들을 역징계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있다. 

또한 도교육청은 기숙사 건물을 관사로 활용한 책임을 물어 해당 고등학교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숙사를 관사로 쓰도록 지시했던 교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실체가 불분명한 기관 경고를 한 것이다.

대신 도교육청은 기숙사를 관사로 사용했던 교사와 동료교사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음주가 불가능한 장소(기숙사)에서 규정을 위반하고 음주하였다"고 경고 조치했다. 이번 도교육청의 조치가 합당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해다툼이 예상된다.

도교육청의 경고는 교사의 개인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 아닌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분명해 보인다. 사적 공간인 관사 내에서 동료교사 사이의 음주행위를 징계 이유로 삼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사는 명백히 성인인 교사의 사생활 공간이라는 것.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관사 내에서 반려동물과 지낸 것을 두고 케케묵은 관사 규정위반으로 징계하고, 구체적 근거 없이 교사의 사생활이 학생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단정지어 성범죄 피해 교사들에게 징계조치를 한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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