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얼마나 더 오랫동안 누릴 수 있을까. 매년 기온은 더 높아지는데 비는 내리지 않고 천연자원 가격은 내려올 줄을 모른다. 습한 더위의 열대야로 에어컨을 켜두고 잠드는 밤이 찾아오면 곧 고갈될 자원을 아낌없이 쓸 수 없는 때도 머지않았다는 자괴감이 든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자원을 끌어다 쓸 수 있는 탓에 성미도 급해졌다.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는 잠깐을 기다리지 못해 금세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틀어놓고 만다. 더위에 지쳐있을 때면 이부자리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것이 최고인 것만 같다. 지구의 시간도 사람의
지난 6월 19일, 프랑스에서 총선 2차 투표가 있었다. 이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연합은 의석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마크롱은 총선 2개월 전에 있었던 대선에서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을 이기면서 재선에는 성공했으나 총선에서 전체 577석 중 245석만을 점유한 데 그친 것이다.여당의 의석 과반확보 실패가 흔치 않은 프랑스에서 여당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좌파연합이었다. 프랑스 좌파연합 ‘뉘프’(NUPES)는 총선에서 131석을 차지하는 약진을 보이며 프랑스 제1야당으로 올라섰다. 뉘프를 이끄는
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두에게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무안타임스는 계속해서 무안형 푸드플랜을 호출하고 있다. 먹거리 분야에서 대화의 장을 만들어내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먹거리라는 하나의 테마 아래에서 결집하는 일. 이것이 푸드플랜이 상상하는 공동체의 모습이다.푸드플랜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는 공동체의 대화와 토론으로부터 촉발되며, 워킹그룹은 이 대화에 참여하고 대화를 이끄는 사람이자 구심점이 되는 조직이다. 요컨대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이 무안
피서철을 맞아 각종 물놀이‧휴양 시설 개장을 앞두고 무안군청의 소극적인 행정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무안읍 불무공원 야외 물놀이시설과 물맞이공원의 정비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시설 미흡에 따른 군청 대응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불무공원 물놀이시설, 운영계획 변경 불무공원 물놀이장은 지난 2020년에 준설되어 무안읍 주민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샀으나 그간 코로나19 때문에 한 번도 운영되지 못했다. 올해에는 정부 방역지침이 완화되어 물놀이시설은 첫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군청에서 “안전사고 대비”를 이유로 개장 직전
몽탄면 사창역사 맞은편, 지붕 낮은 가게가 하나 있다. 삼겹살 짚불구이로 유명한 ‘사창짚불구이’다. 복원된 간이역 건물과는 도로 하나 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1988년에 가게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는 주인 김권기(62)씨. 그는 가게 앞 좁은 노대에 앉아 그간의 이력을 설명했다.“가게는 1988년부터 했어. 1986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있었지. 88년에 올림픽 할 때 열었어. 도중에 자리를 옮기고 쉬기도 했고.”김 씨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가게 앞 도로에는 트럭과 소형 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도로를 경유하는
푸드플랜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은 ‘관계망’에 대한 이해다. 타 지자체들은 기획생산 및 농가조직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효율적인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농산물이 순환하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관계도 필요하다. 이것이 곧 푸드플랜이 요구하는 관계시장의 핵심이다. 초기 단계에서 구성된 관계망은 단계를 밟아갈수록 더욱 긴밀하게 얽힐 것이며, 그 관계망이 구축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은 행정의 일이다. 그렇다면 연구용역 보고서 이후의 무안푸드플랜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무안타임스는 민선 8기로의 전환을 맞아 무안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푸드플랜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자 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전력사업과 태양광 개발, 생태농업 등의 의제들이 남아 있다. 푸드플랜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의 식량, 나아가 우리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는 현안임에도 그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민선 8기를 앞둔 지금, 무안 푸드플랜은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무안군 푸드플랜 연구용역 보고서, ‘전국 로컬푸드 지수’ A‧B‧C등급 받은 지자체와 비교무안군 푸드플랜은 현재 연구용역 보고서가
옛 오일장의 대형 공사판 모퉁이에 1층짜리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선정한 전국 지차체 59개소, 전남지역 9개 시·군에 ‘상시 선별진료소’가 구축되는 것인데, 무안군에서는 무안읍 교촌리 1046번지에 지상1층 95.48제곱미터 규모로 신축공사를 진행중이다. 군청 보건행정과 담당자는 이 건물이 질병청의 매뉴얼에 따라 음·양압 제어시스템 등을 갖추고 진료실과 대기실, 검체실 등의 공간을 분리하는 형태로 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타지역과 비교해보니 같은 시기에 국비가 반영된 지자체들은 이미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
청계면 청계리에 위치한 한 폐기물 중간처분시설이 이미 9년 전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현재 해당 업체는 중간처분시설, 즉 소각장으로서 폐기물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과는 다른 내용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해당 업체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 때는 지난 4월이었다. 당시 이장단 일부에서 업체에서 나오는 보상금을 올릴 목적으로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의혹과 함께, 이들이 해당 업체의 사업 내용을 주민들에게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청계면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업체에 대한 법적
금광브니엘 아파트 옆으로 장터를 옮기기 전까지 무안오일장은 읍내 중심지에 있었다. 지금은 복합문화센터와 보건소를 건립 중인 공사현장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전통시장이 열렸다. 시장 주변으로는 각종 점포가 모여들며 상가가 형성됐다. 장터를 둘러싼 한쪽 모퉁이에 무안종합상사가 있었다.농업용 기계를 판매하는 무안종합상사는 읍내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전통시장 대신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서고 작은 점포 대신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철물점을 찾는 이들도 노인에서 장년으로 바뀌었다.“손님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더 젊
시대의 흐름을 사람이 가진 힘으로 막을 수 있을까. 한낱 사람의 시간도 거스를 수는 없으니 시대의 흐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지나간 것에 대한 애수는 남기 마련이다.무안읍 덕성이발관 김남진(73)씨에게는 닳아진 애수도 삶의 일부다. 김 씨는 일흔이 넘은 자신도, 점차 사라져가는 이발소도 이제는 저물어가는 황혼이라고 말했다.낡은 산요(SANYO) 라디오와 부라더 미싱, 브라운관 TV가 자리를 차지한 작은 이발소. 손때가 묻은 원목 거울 위에는 ‘담배는 밖에서’ ‘금연’이라고 쓰인 종이
6월 1일, 제8회 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만 18세 유권자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첫 번째 지방선거였다. 무안에 거주하는 세 명의 젊은 유권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선거를 경험한 소감을 밝혔다. 좌담에는 무안고등학교 3학년 박윤성(19), 백제고등학교 이서령(19), 목포대학교 김윤휘(20) 학생이 참가했다. ■ 이번 지방선거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투표 소감은 어땠나요?이서령 : 원래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었어요. 하지만 투표를 하게 되니 후보들과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어요. 집으로
무안읍 낙지골목 한켠. ‘수산’이라는 간판을 달고서 달콤한 약재 냄새를 풍기는 가게가 있다. 가게 앞을 기웃거리니 출입구 바로 앞에서 팔팔 끓는 스테인리스 통이 보였다. 약재 향은 스테인리스 통 속 간장게장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다. 이성심(65) 씨는 활활 타오르는 가스불에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넣어 함께 끓여 달인다고 했다. “간장게장을 끓이고 있었어. 여기에 약초가 들어가지. 헛개나무, 황기, 당귀, 대추, 밤, 느릅나무, 새송이버섯. 또 뭐가 있지? 다 잊어버렸네. 최근에 아팠더니 이제 기억이 잘 안 나.”가스불 위
지나온 삶의 궤적을 지도로 만든다면 그 누구와도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길이 표기된 지도는 아주 드물 것이다. 삶의 궤적은 상당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 흡사한 모양을 띠고 있다. 우리는 삶을 손끝으로 더듬듯이 짚어나가지만,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범상한 것이 곧 진부한 것은 아니다. 같은 행적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걸어간 사람과 비슷한 길을 걸을 때는 관찰력이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다 보면 삶의 방향이 예기치 않게 달라지더라도 새로운 발견에 기뻐하고 만족하는 겸허함이 생긴다.무
‘나이 많은 지역’ 무안에서 미래를 꿈꾸는 젊은 유권자들을 만났다. 이들이 지나온 환경은 서로 달랐으나 무안에서 거주하며 무안의 발전을 꿈꾼다는 점만은 서로 같았다. 무안에 거주하는 8명의 유권자들은 각자 직면한 생활환경과 연계된 바람을 갖고 있었다. “창업 지원”, “관내 대학과 연계”, “후보자 공약 이행”, “고등학교 이전 문제 해결”, “관광지 홍보 활성화” 등 다양한 의견을 드러냈다. 김새렘(35) 청년 창업자무안에서는 청년 창업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초기 2년 동안 지원을 해 줍니다. 사실 사업을 시작할 때 2년이라는
마을학교의 역할을 설명할 때는 흔히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인용하고는 한다. 제도권 교육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를 마을 공동체가 함게 교육하고 해결해가는 공간이자 관계망이 바로 마을학교이기 때문이다. 이상(理想)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을학교는 더 나은 교육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몽탄마을학교’ 운영위원 김 진(45) 씨의 말처럼, 마을학교는 아이 한 명만이 아니라 교육에 참가하는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다. 김 운영위원도 세 남매를 몽탄초교에 보내는 학부모
올해로 5‧18민주화운동이 42주년을 맞이했다. 강산이 네 번은 바뀔 시간임에도 진상을 밝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현안은 아직 미해결로 남아있다. 5‧18단체들은 ‘진상규명’과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적지근하다.무안타임스는 5월 20일, 무안의 5‧18유공자인 이남범(71) 씨를 만났다. 이 씨는 해제면 출신으로 1980년 5월 21일, 버스를 타고 무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위에 참가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당시 무안의 모습을 생생
올해로 무안에서는 총 8곳이 ‘어촌뉴딜 300’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2019년 운남 신월항을 필두로 2020년에는 망운 송현항, 운남 영해항, 해제 닭머리항, 해제 도리포항이 선정되었으며 2021년에는 현경 월두항, 올해는 망운 장재항과 탄도항이 신규 사업지로 선정되었다.어촌뉴딜 사업은 어촌의 낙후된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삶의 여건을 개선하며, 새로운 소득기반을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어촌 주민들 역시 사업을 통해 인프라 개선과 관광객 유치 등을 기대했다.현실은 어떨까? 무안에서 가장 먼저 사업지로 선정된 운남 신월항은 지
무안읍에서 몽탄면으로 가는 길, 가로수가 드리운 내리막을 지나오면 높은 다리 사이로 해가 내리쬐는 동네가 있다. 조(趙)씨들이 모여살고 마을 위로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높은 다리가 지나가며 늦은 오후에 나무 위로 두루미가 내려앉는 곳. 무안읍 성암리다. 조중하(66)씨는 이곳 무안읍 성암리가 고향이다. 어릴 적 아무런 목표도 의심도 없이 하천에서 고기를 잡고 뒷산을 뛰놀던 그는, 인생에서 수많은 목표를 향하고 수많은 의심을 겪은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저 산과 개울 사이를 헤치고 다니던 아이는 어느덧 생태를 연구하고 그것으로 생계를
“장조림이 먹고 싶냐? 나 바빠서 장조림 못 해. 장조림은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 이놈아.”무안읍 중앙로 뒷길, 작은 반찬가게가 있다. 이름은 함평상회. 이곳은 함평에서 온 양양(78) 할머니가 57년 된 손맛과 정감을 담아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양양 할머니는 말씀 끝마다 “저리가, 이놈아”를 붙이면서도 가게를 찾아오는 이들을 살뜰하게 맞이하신다. 할머니의 거침없는 손맛과 입담은 반찬을 먹는 이의 몸도, 대화를 나누는 이의 마음도 개운하게 한다.양 할머니의 고향은 함평이다. 결혼한 뒤 무안으로 왔고 무안에서 장사를 계속했다. 그렇